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5일로 이틀째 파행을 거듭하면서 고용노동부가 산업현장 일·학습 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일·학습 병행법) 제정이 무산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이날로 예정된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는 이랜드파크 임금체불·MBC 노조탄압·삼성전자 직업병 관련 청문회 개최를 둘러싼 정당 간 갈등으로 열리지 못했다.

일·학생 병행법은 한국식 도제교육을 법률로 제도화하는 법안이다. 여야 간 이견이 없어 비쟁점법안으로 분류된다. 이 법안마저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리면 박근혜 정부 노동부는 별다른 성과 없이 입법활동을 마무리하게 된다.

노동 5법 매달리다 핵심 법안 입법 못해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노사 핵심 현안인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과 정부 주도로 추진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을 묶어 노동개혁 5법(지금은 기간제법을 제외한 노동 4법)이라고 칭하면서 패키지 처리를 고수했다.

19대 국회부터 여야 갈등에 휩싸였다. 다른 핵심 법안인 일·학습 병행법과 최저임금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특히 일·학습 병행법은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 때 여야가 처리하기로 사실상 합의했으나 노동 4법 처리 여부와 연계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실습학생을 학습근로자로 인정해 보호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일·학습 병행법은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이라며 “만약 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채 정권이 바뀌면 법안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몰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애초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그동안 고수했던 ‘노동 4법 패키지 처리’ 방침을 포기하고 “시급한 법안 우선 처리”로 입장을 급선회하면서 근기법 개정안 띄우기에 나섰다.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청년고용 확대를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정부·여당 근기법 개정안에 포함된 ‘8시간 특별연장근로 허용’에 고수하면서 “현행 법률상 52시간인 주당 최대노동시간을 오히려 60시간으로 늘리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노동 4법 패키지 포기 외에는 법안처리 동력을 확보할 만한 새로운 승부수도 던지지 않았다.

정부 소식에 정통한 노동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여소야대인 20대 국회가 들어서고 대통령 탄핵 국면까지 겹치면서 노동 4법 추진동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러다가는 노동 분야에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정권이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근기법 우선처리 입장 선회로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근로감독 강화, 일찍 빼 들었어야”

최근 노동부는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이른바 노동개혁 성과 챙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임금체불 같은 기초고용질서 위반을 주로 다루는 근로감독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면서 기업에는 법·질서 준수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근로감독 강화는 바람직한 방향인데, 5년 내내 ‘사용자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노동부 입장에서는 ‘분위기 전환용 카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노동부 내부에서는 되레 “너무 늦게 (근로감독 카드를) 뽑아 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노동부는 이달 8일과 14일에 잇따라 원·하청 상생협력 사업, 임금체계 개편 사업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 실적을 홍보하고 있다. 노동부는 두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대기업들이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남은 재원으로 격차해소에 사용했다”거나 “임금체계를 개편한 노사의 만족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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