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지난 2014년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 과정에서 일어난 병원 로비 점거·병원장실 방문을 업무방해로 인정한 판결이 나오자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노조 쟁의권을 지나치게 제약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최근 대구지법 형사2단독(판사 김태규)은 본부 경북대병원분회의 파업과 관련해 간부 5명은 징역 8~10월 집행유예 2년, 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징역 8월 실형을 선고했다.

분회는 복지 축소에 반대하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2014년 11월27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쟁의행위 요건을 갖춘 합법파업이었다. 병원측은 분회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재판부는 병원측이 주장한 업무방해·침입·퇴거불응·상해·공무집행방해·모욕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판결문에서 “병원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함으로써 병원업무를 방해했다”며 “병원장이 피고인들의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고 외부 출타를 위해 병원장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피고인들은 병원장의 외부 출타업무와 병원장 보좌업무를 방해했다”고 판시했다.

우지연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일반적인 사업장에서 허용하는 로비 점거농성을 병원의 특수성을 앞세워 업무방해로 판결한 것은 병원노동자들의 쟁의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로비점거조차 금지하면 사업장 내에서 쟁의권이 봉쇄되기 때문에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사법당국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판결을 내려 스스로가 청산돼야할 적폐임을 드러냈다”며 “병원측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는 그대로 두고 노조측의 주장은 모두 기각한 채 병원측의 의견만을 인정한 편파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노조 간부 5명에 대해 사회봉사 120시간과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다. 보호관찰 명령서에는 △주거지에 상주하고 생업에 종사할 것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나쁜 습관을 버리고 선행을 하며 범죄를 저지를 염려가 있는 이들과 교제하거나 어울리지 말 것 등 준수사항이 나열돼 있다.<사진 참조>

노조 관계자는 “노조 간부로서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행동을 잡범 수준의 범죄로 보고 있다”며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시각이 드러난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대구구치소에 수감 중인 조합원의 석방을 위한 탄원서를 접수해 보석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분회는 교육부에 조병채 병원장의 직권남용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분회 관계자는 “병원장 임기 3년동안 노조와 대화를 거부하고 고소·고발만 남발했다”며 “병원장 개인의 명예훼손과 모욕에 관한 고소까지 직원에게 대리 출석 조사를 시켜 공공기관의 행정력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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