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국면을 맞아 경제민주화 담론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논의 범위가 핵심인 노동을 비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러 곳에서 재벌개혁이 곧 경제민주화인 것처럼 거론되는데, 정작 개혁을 달성한 주요 세력이 ‘조직된 노동’이라는 주장이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가 13일 펴낸 이슈페이퍼(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넘어 노동으로)에 담긴 내용이다.

이슈페이퍼는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가 썼다. 박 교수는 “경제민주화가 재벌개혁을 우회할 수 없다면 직접적인 피해자인 노동이 개혁의 권력자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인 것은 맞지만 경제민주화가 재벌개혁에 갇히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 주요하게 거론되는 소득주도 성장론에서도 노조의 역할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개혁적인 정권이 들어서면 고속도로가 뚫리듯 소득주도 성장전략도 뻗어 나갈 것인가”라고 물으며 “그것은 아래로부터 지지되고 동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별노조를 새 정부의 성장 패러다임을 지원하는 주체로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산별체제 지원의 기틀을 잡아 주면 산별노조가 기업별 임금격차를 줄이고, 연대임금을 실현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에 한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산별노조를 동원하지 않고서는 재벌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흔히 재벌개혁 수단으로 국회의 사내유보금 과세 등 관련법 제·개정, 공정거래위원회와 사법부의 공정한 법집행이 거론된다.

박 교수는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윗분들에게 재벌개혁을 맡긴다는 건 재벌개혁을 포기하는 거나 진배없다”며 “재벌개혁 과정에서 아래로부터의 권력자원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면 조직된 노동, 즉 노조가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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