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일 철도 분야 민자사업을 활성화하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분할하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야권과 노동계에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코레일의 유지보수·물류·차량 업무를 자회사로 분리하고 관제업무도 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한다는 방침이다. 차등요금제 도입을 통한 꼼수 운임 인상 의혹도 제기됐다.

◇민간 경쟁 확대, 사업구조 개편=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는 국민 대표인 국회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여전히 철도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철도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국가 기간사업을 재벌·대기업의 돈벌이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국토교통부의 철도민영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국토부가 이달 8일 확정·고시한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에는 민간투자 확대와 자회사 분할 내용이 담겨 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신규노선을 대상으로 민간 참여 경쟁을 확대하고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유지보수·물류·차량 업무를 자회사로 분리한다. 관제업무는 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을 추진한다.<표 참조>

철도노조는 “대규모 민간자본을 철도산업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이자 수서발 고속철도 분할에 이어 일반열차, 화물 등 전 부문을 분할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철도공사를 빚더미에 앉히고 비효율 방만경영이란 낙인을 찍어 철도민영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포석을 깔아 민영화의 쐐기를 박겠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유지보수 인력 줄이고, 벽지노선 축소=국토부는 교량 42%와 터널 44%가 30년 이상 경과했고, 신호설비 46%와 전기설비 35%의 내구연한이 경과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럼에도 시설 유지보수 분야를 효율화한다는 명목으로 1킬로미터당 인력을 0.796명에서 0.676명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특히 벽지노선 운영효율화 계획에서 노선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수요에 기반을 둔 서비스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에서 운행확대 요구가 있는 경우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교통망 확충으로 철도에만 의존하는 벽지지역이 감소함에 따라 불필요한 벽지노선을 축소·감축 운행한다는 내용도 있다.

국토부는 2014년 1월 해명자료를 통해 “공익상 필요한 적자선은 정부 지원을 통해 계속 운영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향”이라며 “철도공사가 보조금(1년 2천억원 수준)을 받는 상황에서 적자선 포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손실보상 방식을 정액보상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노조는 “철도공사의 올해 벽지노선 손실보상액으로 2천111억원에서 650억원(30.7%)이 줄어든 1천461억원이 배정돼 국토부의 이전 입장과 달리 적자선 포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차등요금제 도입해 운임 올리나=기본계획에는 차등요금제 도입이 포함됐다. 요금제를 세분화해 편법적으로 운임을 인상하려 한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토부는 기본계획의 이용자 중심 서비스개선 항목에서 “철도운행 패턴의 다양화에 따라 속도·승차감에 따른 운임차별화 방안을 2019년까지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정차 횟수에 따라 특급·초고속·고속으로 세분하고 표정속도(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거리를 정차시간 포함 총 운행시간으로 나눈 평균 운행속도) 차이에 따라 운임과 요금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2017년 (국토부) 철도국 업무계획'에는 요금 인상 계획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국토부는 업무계획에서 “평균운행속도가 높은 열차에 대해서는 더욱 높은 운임을 부과하는 등 운임산정시 이용자의 시간가치를 반영하겠다”며 “정차역 최소화를 통해 평균 운행속도가 타 열차에 비해 높은 프리미엄 열차(운임을 상한선까지 부과)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부산 KTX 일반실 운임을 상한선까지 부과할 경우 6만9천원에 육박해 현행 운임보다 1만원 정도 높아진다. 특실 요금도 일반실 운임에 비례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철도운임을 편법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인 만큼 철도민영화 수순으로 보인다”며 “국토부는 2013년 민영화 논쟁에서 운임차별화 정책을 부인했는데,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한 정국을 틈타 이를 확정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KTX는 현재 운임 상한보다 낮은 운임을 받고 있다”며 “이용자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 선에서 고객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14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민영화 중단과 안전업무 외주화 철회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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