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적으로 제기된 지 20년 가까이 돼 간다. 정부와 기업들의 간헐적인 노력에도 실업 문제는 추세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교육과정 졸업 이후 장기간에 걸쳐 미취업 상태를 겪는 니트(NEET) 청년이 크게 늘어났고,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의 상당수가 워킹푸어의 위험을 겪는다. 이들의 고용형태는 매우 불안정하고, 많은 경우 사업주와 관리자들은 노동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전무하다. 자의든 타의든 노동시장에서 실업상태로 이탈하는 주기가 대단히 짧다. 따라서 청년실업과 워킹푸어 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일자리 창출과 노동문제 해법을 서로 다른 구조인식 속에서 도출한다면 반드시 실패에 이르게 된다.

청년실업 배경으로 지목되는 구조적 요인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 경제위기와 장기화된 저성장 문제다. 산업구조 변화도 빠질 수 없다. 2000년대 들어서 전체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서비스업 비중이 늘었다. 민간·사회 서비스 산업부문의 고용은 늘어 왔지만, 잘 알다시피 대부분 워킹푸어 노동시장이다.

또한 고용을 유발하지 않는 기술 발전과 자본 축적은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흔히 4차 산업혁명을 위기이자 기회라고 표현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이미 가진 게 많은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기회다. 그리고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놀랍게도 더 잃게 될 것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달라붙어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무인자동차 연구가 한국의 100만 운수업 종사자들에게 가할 위협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아마존(Amazon)은 이미 계산원을 고용하지 않는 대형마트 운영모델을 내놓았다.

일자리를 잃게 될 사람들을 재교육해서 새롭게 만들어질 일자리로 유입시키면 된다고? 일견 합리적이지만, 일견 '개소리'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왕성한 시기의 청소년·청년들을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위험한 일터로 내보내 죽거나 다치게 하는 나라가 아니던가. 나는 젊은 시절 직업경력이 단절되고 뒤늦게 서비스업에서 5년 간 종사하던 중년의 노동자가 IT기반 클라우딩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모습을 결단코 상상할 수 없다.

청년실업을 분석하려면 거시적 수준의 경제·산업뿐 아니라 미시적 접근도 이뤄져야 한다. 인구구조와 가족공동체의 변화,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청년세대의 문화적 특징 등도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더해 정치체제와 고용체제, 교육체제 등의 변수 값도 포함시켜야 한다. 이 과정 속에서만 청년실업이라는 문제를 엄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상의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청년실업 문제는 곧 대한민국 그 자체의 문제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우리나라에서 사회문제 공부 좀 했다는 정치인과 전문가 상당수는 스스로가 청년실업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장 이야기는 그저 지나가는 사례로 취급하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이런 분들을 만나면 짜증 났는데, 이제는 이해하려 한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가 대한민국의 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를 ‘청년실업’의 전문가라 여기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마디는 꼭 하고 싶다. 청년유니온에서 8년차 활동을 맞이한 나에게도 ‘청년실업’은 무지와 미지의 세계다. 청년실업을 고민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체제를 탐구하는 과정이고, 청년실업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과 같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청년실업 문제를 자세하게 오래 바라볼 동지(同志)의 존재가 나에게는 절실하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cartney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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