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지난해 74일간 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간부 255명에 대해 중징계를 추진한다. 주된 징계 사유는 불법파업 주도 혐의다. 그런데 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는 근거가 모호해 부당징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9일 코레일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노조간부 255명의 징계양정을 확정하는 징계위원회를 진행한다. 코레일은 27일께 징계 대상자에게 결과를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김영훈 위원장만 징계위에 출석해 소명하고 나머지 254명은 서면 소명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날 오전 대전광역시 코레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하고 합법적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매도하고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것도 모자라 부당징계를 추진하고 있다”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성과연봉제로 시작된 파업, 대량해고 현실화하나

코레일은 노조와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논의하던 지난해 5월,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를 개최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해 9월27일부터 12월9일까지 74일간 파업을 벌였다.

코레일은 징계위원회에 보낸 징계의결요구서에서 “파업이 부당함을 수차례 고지했음에도 공공운수노조와 대정부 총파업 일정을 확정한 후 파업을 진행했다”며 “불법파업을 주도·선동했음이 확인됐다”며 중징계를 요구했다.

코레일은 중징계 대상자 255명 가운데 노조 핵심 간부 180여명을 파면·해임하고 이후 파업에 참가한 전체 조합원 7천600여명을 징계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징계 수위는 징계 절차가 끝나야 결정될 것”이라며 “파업 가담 일수나 정도에 따라 경징계 대상자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에는 다음달 1일 임기를 시작하는 강철 위원장 당선자도 포함됐다. 강 당선자는 파업 당시 노조 서울기관차승무지부장이었다. 노조는 “사측은 현재와 미래 교섭대표자 모두를 파면하는 중징계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노조와 교섭에 나서라는 취업규칙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과가 나오자 부당징계를 하겠다는 코레일이 제정신이냐”고 반발했다.

지난달 31일 대전지법은 노조가 제기한 취업규칙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성과연봉제 시행을 중단하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제) 적용시점이 늦춰지는 동안 공공기관과 노조는 취업규칙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성실히 협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고 노조에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노조 “징계 관여한 경영진에 책임 묻겠다”

노조는 지난해 파업을 불법 논란이 없는 명백한 합법파업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 따른 쟁의절차를 준수했고 사측의 업무방해 고발에 따라 파업 중에 김영훈 위원장이 자진출두해 경찰조사에 임했다”며 “경찰 조사 결과 김 위원장은 귀가 조치됐고 사법기관은 이 건을 기소조차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이 노조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고용노동부의 해석과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이다. 지난해 9월22일 노동부는 “철도노조의 실질적인 파업 목적이 교섭재개를 통한 개정된 '보수규정'의 철회라면 이는 이사회 의결로 개정된 보수규정의 효력을 부인하자는 것으로 사법적 판단에 관한 것이므로 목적상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달 26일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철도파업 관련대책 관계기관 회의 결과보고’가 공개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노조의 파업 돌입 직전 정부 주도로 파업을 불법으로 몰고 가려고 모의한 정황이 나온 것이다.

노조는 “징계의 부당함을 알고도 부역한 행위 역시 범죄”라며 “징계에 관여한 경영진에게는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2013년 12월 노조 파업 이후 코레일은 징계위를 통해 노조간부 130명에 대한 파면·해임 결정을 내렸다. 징계위 재심에서 31명의 징계가 취소됐고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를 통해 88명이 복직했다. 최종 11명이 파면·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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