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중공업 불법파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윤정 기자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8일 현대중공업의 불법파견 정황을 공개하면서 조선산업의 사내하도급 사용 관행이 도마에 오를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현대중공업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원청공정 투입, 불법파견 요소 강해”

조선업종의 경우 자동차나 철강업종보다 사내하청 노동자 비중이 높다. 그럼에도 자동차공장의 컨베이어벨트나 철강공장의 크레인처럼 연속공정이 아니라는 특성 때문에 불법파견 정황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대법원은 2008년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 용인기업 노동자들이 제기한 종업원지위확인 소송에서 현대미포조선과 하청업체 노동자 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현대미포조선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용인기업 근로자들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회사가 원고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 이후로는 조선업종에서 불법파견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 업무에 직접 투입한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불법파견 혐의를 벗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내하청업체가 수행하는 고유업무가 아닌 곳에 노동자들이 투입돼 원청 관리자들의 업무지시를 받은 정황이 짙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지회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원청 관리자들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기호 변호사(법무법인 대안)는 “보통 불법파견은 하청이 도급업무를 수행할 때 원청의 지휘·감독 등을 받는 것인데, 하청노동자들을 원청 공정에 투입했다면 불법파견 요소가 더욱 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곳곳에 불법파견 정황

이번 기회에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사용 관행을 대대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용득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중공업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중공업 내부 문건 등을 근거로 원청이 하청의 인력투입·작업일정을 통제하고 있고,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에게 벌점 관리와 금전 제재 같은 징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정황을 제시했다.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직접 임금을 지불하는 것까지 가능하도록 한 계약서도 공개했다.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에 매일 인력관리에 대해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의 이메일도 불법파견 증거로 제시됐다. 불법파견으로 볼 수 있는 요소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감사 이후 관련 자료를 노동부에 전달했지만 아직까지도 불법파견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노동부가 신속하게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울산지청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중 일부를 골라 불법파견 관련 샘플조사를 하고 있다”며 “사내하청지회가 7일 고소한 것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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