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건우기업의 작업지시서. 소속 노동자들에게 원청 업무인 ‘직영지원’ ‘선체1팀’ 작업을 지시하고 있다. 이용득 의원실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 공정에 투입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와 섞여 현대중공업 지시를 받고 정규직이 하는 일을 했다는 것이다. 제조업 파견은 불법이다.

일반적으로 불법파견 논란은 사내하청업체가 수급한 업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원청이 깊숙이 개입하면서 발생한다.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업무가 아닌 원청 업무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투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불법파견 혐의가 짙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작업지시서에 “직영지원 하라”
동영상에선 원청 관리자가 작업지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지회장 하창민)는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중공업의 불법파견 정황이 담긴 문건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의원과 지회가 공개한 문건은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에서 지난달 말까지 도급업무를 수행하다가 폐업한 1차 하청업체 건우기업이 작성한 ‘일일 작업 허가/지시 및 결과’다.

지난해 9월7일 작성된 작업지시서를 보면 건우기업은 소속 노동자 3명에게 ‘직영지원’ 업무를 하도록 지시했다. 원청인 현대중공업 업무에 투입한 것이다. 같은해 11월15일과 11월16일에 작성된 작업지시서에서는 소속 노동자 2명 또는 3명씩 ‘선체 지원’이나 ‘(선체) 1팀’에 투입하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원청인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공정에 사내하청업체가 소속 노동자들을 넣어 일하게 했다.

이 의원과 지회가 공개한 8개의 동영상 파일에도 건우기업과 또 다른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원청 업무에 투입된 정황이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촬영된 것으로, 원청 조장이나 반장들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작업지시를 하는 대화나 작업 장면이 나온다.

동영상에 있는 건우기업 노동자들은 원청 관계자들을 “직영 조장님” 또는 “직영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작업일정을 논의하거나 지시를 받았다. 한 노동자가 작업이 끝난 뒤 원청 직원에게 “직영지원 끝났으니 갈 겁니다”라고 인사하는 장면도 있다. 동영상이 찍힌 작업공간은 대부분 현대중공업 건조1부 또는 대조립1부 현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상적으로 정규직 공정에서 일해"
현대중 "도급계약대로 했을 것"


이용득 의원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이 직영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정규직 공정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투입했고, 원청 관리자들이 작업지시와 지휘를 내렸다는 증거”라며 “고용노동부가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창민 지회장은 “현대중공업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 공정에 일상적으로 투입된다”며 “짧게는 하루, 길게는 2~3년 투입되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파견노동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지난 7일 현대중공업을 노동부 울산지청에 고소했다. 민사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지회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파견처럼 사용한 것으로, 불법파견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시 구체적인 작업 상황을 파악해야겠지만 사내하청업체들은 공사계약서 내용대로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사내하청노조가 문제 삼는 작업도 계약서를 이행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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