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64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정기훈 기자>

민중단일후보를 선출해 진보적 의제를 확산하겠다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가시화된 조기대선 정국에서 민주노총이 단일한 정치방침을 내걸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대선투쟁 계획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올해 사업계획안을 심의했다. 재적 대의원 1천6명 중 740명이 참여했다. 첫 안건인 정치전략안 심의부터 삐걱였다. 이날 집행부는 민중단일후보를 대선에 내고, 내년 지방자치단체선거 전 모든 진보정당이 참여하는 선거연합정당 건설을 추진하는 내용의 정치전략안을 대의원대회에 제출했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국빈민연합 등이 100만 경선인단을 모집해 민중경선제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대선 단일후보를 선출하자는 제안이다. 정치현장특별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말부터 3개월여 동안 5개 진보정당과 11개 민주노총 내부 의견그룹들을 만나 조율해 만든 안건이다. 중앙집행위원회와 중앙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터라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수감 중인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도 가결을 호소했다. 

▲ 7일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64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정기훈 기자>

대의원대회가 시작되자 정치전략을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지도부가 구상한 전략 외에도 빠른 시간 내 진보통합정당을 만들자거나, 진보진영 대선후보들이 단일화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선에서 개입하자는 의견이 연이어 제기됐다. 정치전략을 내지 말고 정권교체를 위해 거대 야당 후보를 지원하자는 내용의 주장도 제기됐다. 이 같은 수정안들은 찬반토론 후 투표에서 모두 부결됐다. 

결국 원안을 놓고 가부를 묻는 표결에 돌입했다. 백석근 정치현장특위 위원장은 표결에 들어가기 전 "만장일치로 정치전략 원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지만 남은 대의원 601명 중 211명(35.1%)만이 찬성하는 데 그쳤다. 정치전략안이 부결된 뒤 일부 대의원들이 대회장을 이탈하면서 이날 대회는 성원 미달로 유회됐다. 올해 사업계획과 조직혁신전략 같은 안건은 단 하나도 처리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조만간 중앙집행위원회와 임시대의원대회를 연이어 소집해 올해 사업계획을 재차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도부가 준비한 안건이 부결되면서 이후 논의에서도 단일한 대선투쟁안을 사업계획에 넣기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며 "지난해 총선 국면에서 제 진보정당 후보들을 모두 지지하기로 결정했던 것과 같이 이번 대선에서도 느슨한 형태로 진보진영 후보를 모두 지지하는 선에서 투표방침이 논의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 7일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64차 대의원대회.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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