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1년간 근무 중 돌연사한 집배원만 6명이고, 교통사고 사망자까지 더하면 8명이다. 인력충원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7일 우정노동자회에 따르면 지난 6일 충남 아산시 영인우체국 소속 집배원 조아무개(44)씨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날 부검 결과 동맥경화에 따른 심정지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노동에 따른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이진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동맥경화를 포함한 뇌심혈관계 질환과 장시간 노동의 관련성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며 "뇌심혈관계 질환 발생시 노동시간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원 생기면 안 그래도 과다한 업무량 폭발

가뜩이나 장시간 일을 하던 집배원들의 업무량이 폭발한 것은 지난달 부상자가 생기면서다. 20여명이 근무하던 영인우체국에 2명의 결원이 생겼다. 예비 인력이 없기 때문에 나머지 집배원들이 구역을 나눠서 배달에 나섰다. 숨진 집배원은 일요일인 지난 5일에도 출근해 월요일 배달을 위한 우편물 분류업무를 했다. 우정노동자회 관계자는 “사망한 집배원은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기 위해 본부에서 지급하지 않은 시간외수당 지급 소송에도 참여해 활동했던 집배원”이라며 “집배원 돌연사는 인원충원을 안 한다면 앞으로도 이어질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정노조는 상시 여유인력 배치를 요구해 왔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정원의 2% 이상 인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여유인력이 없어서 결원이 발생하면 중압감이 크다”며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업무 부하량과 우정사업본부에서 산출하는 업무부하량 간 괴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용보다 직원 목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집배노조는 “장시간 노동이라는 죽음의 굴레를 멈추기 위해서는 우정사업본부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며 “보건복지부는 한 명의 과로사에도 토요근무를 멈추고 쌍용자동차는 노사합의 이후 죽음이 멈췄듯 적정 인력충원으로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근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집배원들의 사망사고가 매년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다”며 “핵심 문제인 과도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대폭적인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자료사진<정기훈 기자>

“비정규직 늘리기로는 문제 해결 난망”

우정사업본부는 장시간 노동 해결책으로 소포위탁배달을 늘리는 정책을 쓰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2017년 경영평가 세부지침에 따르면 본부는 올해부터 경영개선도 항목을 신설했다. 소포위탁을 늘리면 가점을 준다. 소포위탁배달 수수료는 경비산정 때 제외한다. 우정노동자회는 “소포배달 물량을 위탁으로 전환해 집배원 업무부담을 경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집배원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우편물량이나 등기물량 처리 부담은 더 늘어났다”며 “물량이 줄어든다고 배달시간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배달구역 자체가 넓어져 배달시간이 더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정노동자회 관계자는 “노선은 그대로인데 버스 승객이 줄었다고 차량 운행 시간이 줄지는 않는 이치”라며 “물량이 줄었다고 배달 구역을 확대하는 정책 때문에 업무량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탁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과 이로 인한 산업재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정노동자회는 “반복되는 집배원 죽음의 책임을 지고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이 사퇴해야 한다”며 “토요택배와 소포위탁 확대를 중단하고 제대로 된 집배원 인력 충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인력 500여명을 증원했다”며 “향후 집배인력 부족 지역에 인력이 증원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협조를 구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자료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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