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대전지법이 5개 공공기관 노조들이 제기한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소송에서 진 한국철도공사(코레일)·한국수자원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모두 대전지법에 이의제기를 신청한다. 코레일은 직원들 개개인에게 손해액을 알리면서 적전분열을 노렸고, 행정자치부 소관 지방공기업은 채찍과 당근을 내놓고 성과연봉제 시행에 박차를 가했다.

‘직원 피해’ 강조하는 코레일

6일 노동계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효력이 정지된 5개 기관 모두 법원에 이의제기를 했거나 신청할 계획이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 창조행정담당관은 성과연봉제 법적분쟁을 주제로 회의를 개최했다. 가처분이 인용된 5개 기관 중 세 곳이 국토부 관할 공공기관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각 기관별 대응 논리와 향후 일정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일은 최근 전국 사업장에 가처분 인용 관련 설명자료를 부착했다. “정부 기준 페널티에 따르면 이번 가처분 인용결정으로 당장 돌아올 직원의 피해는 올해만 1인당 평균 579만원, 향후 10년간 3천366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며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본안소송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이 주장한 평균 피해액은 △올해 임금동결(3.5%) △경영평가 1등급 하락 △추가 인센티브 반납시 금액을 모두 합한 것이다.

철도노조는 반박했다. 노조는 “직원이 피해를 본다는 사측의 주장에도 법원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더 큰 불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법원은 코레일이 패소해 기재부가 불이익을 줄 경우 부당한 조치가 되므로 코레일이 어떤 경우에도 기재부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법원도 설득하지 못한 논리로 직원들을 돈으로 협박하고 있다”며 “법원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노사 간 대화를 권유한 만큼 코레일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5개 기관이 신청하는 이의제기 건은 대전지법에서 다뤄진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채무자(공공기관)는 인용된 가처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가처분 이의신청 사건은 보전처분을 발령한 법원에서 관할한다.

노사합의 없이 도입한 32개 지방공기업 소송전 불가피

성과연봉제는 정부가 도입을 주도했다. 도입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미도입기관에는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갈라쳤다. 기획재정부가 큰 그림을 짜고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부처가 그대로 따랐다. 행정자치부 관할 지방공기업도 마찬가지다. 행자부에 따르면 143개 지방공기업 가운데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한 기관은 135개(도입률 94.4%)다.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인천교통공사·대전도시공사를 비롯한 8곳만 현재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행자부는 지난달 25일 전국 시·도에 발송한 ‘지방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점검결과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지자체에서는 소관기관의 성과평가시스템 개선 작업이 1분기에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도해 주시길 바란다”며 인센티브·페널티 계획을 밝혔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지방공기업에는 경영평가 가점을 최대 1점 부여하고 도입시기에 따라 월 기본급의 50%(94개 기관)와 25%(41개 기관)를 지급한다. 미도입기관은 경영평가에서 3점을 감점하고 올해 총인건비를 동결한다.

공문에 따르면 32개 기관이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행자부는 법과 국민의 뜻에 따라 해고연봉제 인센티브·페널티 부여 계획을 철회하라”며 “불법 이사회를 통해 해고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에 대항해 법적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달 8일 지방공기업노조 대표자회의를 열고 근로기준법 위반 기관에 대한 고소·고발과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한 이사회 결정을 무효로 하는 본안소송 추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1월 사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도록 취업규칙을 개정한 곳이 많다”며 “인센티브 반납을 포함해 함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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