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느 옛날의 궁궐을 등졌다. 거기 한때 누가 살았는지 모를 일. 다만 지금 그곳에 출몰하는 몬스터가 궁금하다. 환호성, 가끔은 탄식을 뱉는다. 하염없이 걷는다. 손 시린 줄도, 배터리 닳는 줄도 모르고 헤맨다. 조선의 궁궐엔 지금 포켓몬이 산다. 주말이면 빼곡했던 그 앞 광장엔 오늘 블랙리스트 예술인이며 해고노동자 말고도 온갖 야생 몬스터가 산다. 지난 명절 연휴에 아빠는 또 엄마는 아이 성화에 못 이겨 길을 따라나섰다. 스마트폰 화면 살피느라 앞도 보지 않는 아이들을 타박했지만, 뒤뚱거리다 넘어진 건 어른이었다. 아이들의 환호성은 듣기에 좋았다. 엉덩방아 찧고도 아픈 줄을 몰랐다. 출근길에, 점심 먹으러 나선 길에 버릇처럼 폰을 꺼내 공을 던졌다. 안 하던 산책을 했다. 각종 아이템을 떨구는 포켓스톱이 가까운 것을 기뻐했다. 결제 유혹에 시달렸다. 이 겨울에 열풍이 불었다. 광화문 너른 광장엔 몬스터가 많다. 이번 주말에 아이 손 잡고 광장으로 고고, <포켓몬 고>를 즐겨도 좋을 일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하루속히 게임 개발사와 접촉해 광장에 피카추를 뿌려 둘 것을 촉구하자. 주말 한정판 희귀 몬스터를 대량 살포할 것을, 청와대 향하는 길에 포켓스톱을 촘촘히 깔아 줄 것을 공문 보내 요청하자. 진화는커녕 퇴행을 거듭하는 몬스터가 아직 날뛴다.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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