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진 오아무개(47) 기관사의 가방. 5678서울도시철도노조 승무본부
서울지하철 7호선 기관사가 설날인 지난달 28일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일 5678서울도시철도노조에 따르면 7호선 기관사인 오아무개(47)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대공원승무사업소에 위치한 노조 승무본부 사무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 기관사가 발견했다. 곧바로 병원에 이송했지만 지난 1일 밤 사망했다.

오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근무를 마치고 다음날 근무를 위해 대공원승무사업소에 남았다. 휴게공간이 부족해 노조 승무본부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하다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숨진 기관사는 28일 휴무를 신청했지만 신청 인원이 많아 근무가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출퇴근이 어려운 기관사를 위한 휴게공간이 충분히 마련돼 있었다면 좀 더 일찍 발견해 살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오씨는 94년 입사해 무사고 주행실적이 50만킬로미터가 넘는 베테랑 기관사다. 김태훈 노조 승무본부장은 “7호선은 서울지하철 가운데 가장 혼잡도가 높고 노동강도가 강한 곳”이라며 “지난해 4월 기관사 자살 이후 기관사 인력충원과 처우개선을 논의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씨가 남긴 가방 안에서는 컵라면과 귤이 발견됐다.<사진 참조> 노조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이 매일 바뀌고 배차간격에 따른 교번제 사업장이라서 밥때를 맞추기 어려워 끼니를 때우기 위해 (컵라면을) 들고다닌다”며 “기관사들은 불규칙한 생활로 스트레스가 높은 만큼 인력을 충원해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서울시에서 반짝 대책을 쏟아 내지만 사고가 잊힐 때쯤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며 “서울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 자살이나 돌연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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