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협력업체 동진오토텍의 갑작스런 폐업 과정에 원청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협력업체에 노조가 생기자 이를 부담스러워한 현대글로비스가 계약을 종료했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울산지부(지부장 강수열)는 1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실한 중견기업인 동진오토텍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포기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황당한 회사 폐업 뒤에 현대자동차그룹의 개입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진오토텍과 그 자회사인 동진로지텍에 지난해 10월 금속노조 동진지회가 설립됐다. 지회와 사측은 두 달여간 교섭한 끝에 같은해 12월28일 단체협약 조인식을 개최했다.

그런데 교섭 중 지회가 파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자 논란이 일었다. 동진오토텍과 동진로지텍은 모듈을 납품하는 등 완성차 생산공정에서 빠질 수 없는 업무를 맡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동진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현대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노조가 만들어진 직후부터 자동차 부품사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며 "현대글로비스가 동진오토텍에 노조 설립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노조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강수열 지부장은 "지회가 설립된 직후부터 현대차 주변에서 동진을 폐업시키려 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왔고 현대글로비스가 개입했다는 정황도 있다"며 "교섭 과정에 원청이 개입한 모습이 수차례 목격됐고, 동진오토텍과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현대글로비스가 사업 중지 공문을 작업현장 인근에 부착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자동차 간접 생산공정까지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는 상황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해당 판례가 굳어지면 현대차 사내하청뿐만 아니라 현대글로비스 협력업체가 맡은 업무 중 상당 부분이 정규직화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노조를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 요구가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현대차그룹이 협력업체 노조 무력화를 시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동진오토텍과 동진로지텍은 사업 포기를 중단해야 하며 현대글로비스도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400여명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현대차그룹 본사 항의농성을 비롯한 고용보장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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