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액이 많고, 오랜 기간 받은 여대생들일수록 취업은 빨리 하지만 임금은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상환 부담으로 저임금을 무릅쓰고 빨리 취업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학자금 대출과 노동시장 이행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대생의 34.6%가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평균 3.83학기 동안 대출을 받았고, 그 액수는 1천293만원이었다.

연구팀은 한국교육고용패널(KEEP) 자료를 이용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대생 463명을 조사했다. 대학 재학 중 군복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노동시장 진입시기에 차이가 나는 남학생들은 제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액이 높고, 오랜 기간 받을수록 대학 졸업 뒤 첫 취업하는 기간이 짧았다. 그런데 조기 취업이 좋은 노동조건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는 취업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첫 직장 임금수준이 12% 낮았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기가 한 학기 증가하면 첫 직장 임금수준은 3.4% 적었다. 대출 총액이 많을수록 임금을 적게 받았다.

취업성과의 질을 보여 주는 전공 일치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학자금 대출 경험이 있는 취업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전공 일치도가 낮았다. 대출 총액이 많고 대출기간이 길수록 전공일치도는 낮아졌다.

배호중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학자금 대출을 받은 뒤 상환에 대한 부담으로 짧은 직장탐색 기간을 갖게 되면서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진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 전문연구원은 “학자금 대출 제도가 청년들의 고등교육 이수에 도움을 주는 반면 노동시장 이행 초기에는 소득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며 “대출금 상환 기준이나 시점에 대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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