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L0직군 노동자들이 근속기간을 인정받지 못해 퇴직 뒤 수천만원의 세금폭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L0직군은 국민은행이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를 정규직에 포함하겠다며 2014년 신설한 직군이다. 무기계약직 전환자들은 기존 대졸 정규직군인 L1보다 한 단계 낮은 L0직군에 포함되면서 조건부지만 승진 기회를 얻게 됐다. 은행은 이를 두고 "완전 정규직화했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은행이 L0직군 노동자를 2014년 1월 신규채용한 것으로 보고 전환 전 근무기간을 근속연수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매년 이어진 희망퇴직에서 차별이 되풀이되고 있다.

30일 노동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최대 36개월치 월급을 일시에 지급하는 특별퇴직금을 걸고 희망퇴직을 접수했는데, 2천800여명이 신청했다. 이 중 30%에 달하는 1천여명이 L0직군이다.

'떠나는 마당'인데, L0직군 차별

L0직군 노동자들의 근속연수를 인정하지 않는 은행 방침은 예상 밖 차별을 낳았다. L0직군 희망퇴직자들이 기존 정규직군 퇴직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세금을 더 내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퇴직소득세 계산법 때문이다. 퇴직소득세는 퇴직금에서 근속연수공제를 뺀 퇴직소득을 근속연수로 나눈 뒤 12개월을 곱해 나온 환산퇴직급여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근속연수가 길수록 환산급여는 적어진다. 환산급여에서 환산급여공제를 뺀 돈이 퇴직소득세 과세표준인데, 여기에 소득세율을 곱해 12개월로 나눈 뒤 근속연수를 곱하면 퇴직소득세액를 구할 수 있다.

은행은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으면서도 근속연수는 2014년 1월 이후 3년으로 계산해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과오를 범했다. 정규직 전환 이전을 근무기간으로 인정하느냐 여부에 따라 세금 규모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과세표준액이 적어지고, 종합소득세율은 누진적 성격이 강해 금액차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2015년 희망퇴직 당시에도 L0직군 퇴직자들은 같은 손해를 입었다. 퇴직자들이 관할 세무서에 "부당하게 세금을 더 냈다. 바로 잡아 달라"며 경정청구를 했고, 실제 세무서는 이를 인용했다. 같은 일이 반복되는데도 은행만 모르쇠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희망퇴직자 청구를 두고 한 지역 세무당국은 "L0직군 희망퇴직자의 고용기간과 근무형태, 은행 처우를 감안했을 때 정규직 전환을 근로관계 단절로 볼 만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억대가 넘는 퇴직금 규모를 감안했을 때 정규직 전환 후 1년6개월에 불과한 근로의 대가로 보기 힘들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지역 세무당국 관계자는 "청구인이 받은 퇴직금 중 특별퇴직금은 최초 입사일로부터 근속기간에 대한 공로 보상적 성격을 갖는 금원"이라며 "근속기간 기산일을 일반직 전환시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세무서 경정청구 인용에도 '모르쇠' 반복

퇴직소득세를 과도하게 납부한 L0직군 퇴직자들이 돌려받을 돈은 1인당 최대 3천만원에 이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5년 국민은행 L0직군 명예퇴직 당시 1억원의 특별퇴직금에 2천500만원가량의 퇴직소득세가 원천징수됐고 이 중 2천만원가량이 경정됐다"며 "올해 근무기간이 10년 이상인 L0직군 희망퇴직자에게 1억5천만원가량의 특별퇴직금이 지급됐지만 고소득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늘리는 소득세법 개정으로 이들은 최대 3천만원의 세금을 더 낸 것으로 보인다"고 추산했다.

국민은행은 다음 달 초까지 희망퇴직자들의 퇴직금 지급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퇴직소득세를 재정산하라는 L0직군 퇴직자들의 요구에는 귀를 닫고 있다. L0직군 퇴직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L0직군은 근속기간에 상관없이 희망퇴직을 받았고, 2015년 L0직군 퇴직자들이 제기한 경정청구와 관련해 세무서마다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안다”며 “국세청이 뚜렷한 기준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현행 소득세법을 적용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소송이 제기되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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