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1 월 08:00
매일노동뉴스
노동이슈 정치·경제 사회·복지·교육 기획연재 칼럼 피플·라이프 안전과 건강 노동사건 따라잡기 종합 English
칼럼기고
[연속기고-촛불항쟁과 노동의 시작 ⑦] 노동조합이 미래다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박은정  |  labortoday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1.2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 정경유착의 밑바닥을 여실히 보여 줬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세력, 재벌 총수는 뇌물죄로 특별검사 수사를 받고 있다. 개혁이라는 그럴 법한 이름을 달았던 파견 확대나 성과연봉제 같은 노동의제도 실상은 그 범주 안에서 움직였을 개연성이 크다. 활활 타오른 촛불 덕에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 심리를 시작했다. 거꾸로 선 나라를 제대로 세우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노동자들이 새로운 나라의 모습을 고민해 <매일노동뉴스>에 보내 왔다. 일곱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박정희 시절, 노동조합은 금기였다. 중국의 유엔 가입을 계기로 1971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박정희는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노동조합을 통제했다. 단체행동은 물론 단체교섭까지도 주무관청의 사전 조정을 거쳤고 노동조합은 따라야만 했다. 박정희의 중앙정보부가 직접 노동조합을 파괴하기도 했다. 동일방직에 민주노조가 들어서자 다시 어용 집행부를 세우려고 조합 간부를 연행하고, 항의해 농성하는 여성노동자를 경찰을 동원해 끌어냈다. 대의원 선출을 준비하는 민주노조 조합원들에게 똥물을 끼얹는 만행을 기획·엄호하기도 했다.

박근혜 집권 기간, 청와대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냈다. 공무원노조 설립신고서는 네 차례나 거부당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전교조 사무실 회수와 복귀명령을 따르지 않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징계 등을 도모했다. 더 포괄적으론 노동개악을 강행하기 위해 정규직 과보호론 선전을 지시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공공기관 정상화대책과 성과연봉제 지침으로 통제했다.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계승한 단체협약 시정명령 제도를 악용해서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 개입했다. 정부의 노조파괴는 취약계층 노조에도 거침이 없었다. 건설비정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단체협약을 맺는 것을 ‘공갈협박죄’로 몰아 탄압했다.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받은 박근혜 집권 기간, 노조파괴를 대행하는 각종 노무법인들은 성업했다.

아버지 박정희는 헌법을 바꿔 가며 노동조합을 옥좼고, 딸 박근혜는 노동 3권을 보장한 헌법을 어기고 노동조합을 탄압했다. 박근혜가 50년 전 박정희의 유신헌법을 계승해 노동조합을 탄압할 수 있는 건 노동관계법 곳곳에 남아있는 유신 잔재 덕(?)이다. 유신헌법이 노동 3권을 제한했던 것처럼, 오늘의 노조법도 노조 할 권리를 봉쇄하고 있다. 250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조차 만들지 못한다. 공무원이나 교사·교수도 제대로 된 노동 3권이 없다. 노조설립 신고를 까다롭게 했던 유신시대 법은 현재도 시행령에 남아 있고, 노동조합에 해산명령을 할 수 있게 했던 악법은 ‘노조 아님’ 통보를 할 수 있는 시행령에 남았다. 단체교섭을 제한하던 특별조치법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없게 만드는 노조법으로 이어졌고, 산별연합단체 지부로만 노동조합을 만들도록 국가가 노동조합을 통제했던 잔재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계승돼 이젠 아예 산별노조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특별조치로 언제든 단체행동을 금지했던 박정희 헌법은 손해배상 청구, 업무방해 형사처벌, 필수유지업무제도, 긴급조정 등에 살아남아서 노동자의 단체행동을 막고 있다.

법이나 제도는 노동자가 오늘 받아야 할 임금과 노동시간, 쉬는 날과 휴게시간을 지키라고 하겠지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은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니 유신 잔재를 덕지덕지 달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조차 더 나은 일자리를 요구하고,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노조법 제1조 ‘목적’을 보자.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사용자와 단체교섭하며 요구 관철을 위해 파업할 수 있게 보장해야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할 수 있고, 그럴 때 산업평화는 물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권리는 현재의 권익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 권리 가운데 노조 할 권리는 미래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권리 중 하나다. 정치에 주권이 있듯 노동자들은 경제주체로서 그에 마땅한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700년 전 독일 하멜른 시장은 시장이나 시의회가 없애지 못한 쥐떼를 피리를 불어 몰아낸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약속했던 대가를 주지 않았다. 그 탐욕에 분노한 피리 부는 사나이는 다시 마법의 피리를 불었고, 하멜른의 모든 아이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아 산속 동굴로 사라졌다. 하멜른은 조잘대던 아이들의 목소리와 미래를 잃었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나아질 길 없는 노동자의 내일을 위해, 모든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 3권을 틀어막은 유신잔재를 노동법에서 털어 내는 일이 급하다. 박근혜가 탄핵된 후에도 무능과 탐욕에 눈멀어 마을의 미래를 잃은 하멜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박은정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가장 많이 본 뉴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아이디등록 요청 | Subscribe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10길 20 (서교동, 2층)  |  대표전화 : 02)364-6900  |  팩스 : 02)364-6901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운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일간) 문화가00272   |  발행인 : 박성국  |  편집인 : 박운 | 1992년 7월18일 창립 1993년 5월18일 창간
Copyright 2011 매일노동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