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공장 점거파업을 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들이 회사에 90억원을 물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5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울산비정규직지회(지회장 유홍선)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는 이날 현대차가 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회의 항소를 기각하고 "지회는 원고들에게 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들은 회사에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010년 25일간 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했다. 현대차는 같은해 11월 파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규직·비정규직 27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회는 "소송대상자 중 22명은 회사에 90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014년 1월부터 3년간 이어진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소송 대상자는 5명으로 줄었다. 회사가 비정규직 중 신규채용에 응한 소송 대상자를 선별해 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다.

유홍선 지회장은 9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당황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년 일해 한 푼도 쓰지 않아야 고작 몇천 만원 모을 수 있는 비정규직들에게 90억원을 물어내라고 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회사는 손배 소송으로 노조의 피를 말리려 하고, 재판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현대차가 지회에 제기한 손배 소송 금액은 이번 건을 포함해 모두 170여억원에 달한다. 지회는 항소심 판결문을 확인한 뒤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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