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작성·시행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주도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오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관련해 이날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유 전 장관은 특검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블랙리스트는) 김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한 범죄 행위”라며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는 정권과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 차별·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초대 문광부 장관으로 “퇴임 한 달 전 블랙리스트를 봤다”고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7월 퇴임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광부 장관도 조만간 재소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측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어느 누구에게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전 문광부 장관을 구속하고 블랙리스트 최초 작성 지시와 활용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날 유 전 문광부 장관이 참고인으로 소환되며 김 전 실장을 작성 지시자로 지목한 만큼 박 대통령의 운신 폭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광부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문화예술인과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고통과 실망, 좌절을 안겨 드렸다”며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사과했다. 그는 “문광부 직원들은 특검 수사 등을 통해 구체적 경위와 과정이 소상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특검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 수사 보강을 위해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삼성 수사를 우선적으로 마무리하고 다른 대기업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6차례 소환에 불응한 최순실씨를 상대로 특검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이날 발부했다. 특검은 이 밖에 비선진료 의혹과 관련해 최씨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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