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국정농단 핵심인사가 연이어 증인으로 나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폭로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직접 언급한 뒤 “끼 있고 능력 있는 선수를 키워 줘야 한다”며 지원을 지시했고, 최씨는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회의록을 작성해 줬다.

김종 전 문광부 차관은 2015년 1월9일 박 대통령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인데 부정적인 (여론이) 나오는 게 안타깝다”며 “정유라처럼 끼 있고 능력 있는 선수를 위해 영재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박 대통령이 정유라를 직접 언급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체육계 비리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 전 차관에 따르면 2014년 4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유라 공주승마 특혜의혹’을 제기하자 김 전 실장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차관이 직접 언론과 인터뷰해 논란을 잠재우라”고 지시했다. 김 전 실장은 김 전 차관에게 “대통령이 체육계에 관심이 많다”며 “(체육계 관련 사항을) 나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도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차씨는 “2014년 말~2015년 초쯤 (최순실씨의) 데스크톱 모니터에 국무회의 회의록이 있었다”며 “최씨가 국무회의 기록을 종종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그는 “문화융합본부에서 제가 쓴 글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말씀하셨다”며 “저도 굉장히 민망했다”고 말했다.

차씨 증언에 따르면 최씨는 특정 휴대전화로 박 대통령과 통화했다. 그는 “특정 휴대전화로 전화가 오면 회의하는 사람을 나가라고 하든지, 본인이 나갔다”며 “조용해서 (전화) 목소리가 (다) 들리는데 대통령 목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씨가 4개의 휴대전화를 사용했으며, 그중 하나로 박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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