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부에게 병원 직원들이 수시로 찾아와 괴롭힘을 가한 것과 관련해 인천성모병원 병원장과 병원 임원들이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4부(부장판사 서민석)는 지난 13일 “이학노 병원장 등 피고들은 집단 괴롭힘 행위와 관련해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병원장 등이 홍명옥 간호사 명예를 훼손하고 위 간호사를 모욕하였음이 인정된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병원 내부 전산망과 월간 사외보에 게재하라고 주문했다. 회사 내 직원들의 집단 괴롭힘과 관련해 법원은 인정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주목된다. 법원은 “근무시간 중 예고없이 집단 방문해 대화를 강요하는 방식은 사회적 상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사용자는 이러한 불법행위를 사전에 조직하거나 알면서도 방치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화는 거부, 지속적 폭언은 '집단 괴롭힘'
홍명옥 전 지부장은 2011년 6월부터 2016년 1월7일 해고 직전까지 지부장을 맡았다. 그런데 병원 관리자들은 홍 전 지부장이 해사 행위를 했다고 의심하며 수차례 모욕을 주고 폭언을 했다. 홍 전 지부장은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2015년 4월께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2013년 11월 지부는 △인위적인 병원 홍보와 환자 유치활동 폐지 △‘가족처럼 모시겠습니다’ 선창 및 복창 방식 캠페인 폐지 △1일 8시간 근로와 점심시간 1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노사 교섭은 같은해 11월1일 결렬됐고, 노조는 파업을 준비했다. 그런데 같은달 6일부터 병원측 건강증진센터장, 기획전략팀장이 사전 예고 없이 홍 전 지부장을 찾아왔다.
홍 전 지부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검사통합예약실에서 근무했는데 병원 간부 직원들의 방문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노조에서 붙인 게시물도 보기 싫고 개인적으로 왜 그러는지 묻고 싶어 찾아왔다”, “우리집 개도 밥값을 한다. 직원으로 월급을 받으면 그 값을 해야 한다.”
이처럼 홍 전 지부장과 대면한 병원측 간부들은 말은 거침이 없었다 홍 전 지부장은 “개인적인 자리에서 노조와 관련된 일은 말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거부했지만 항의방문은 이어졌다. 2015년 3월30일 보건의료분야 인터넷언론에 병원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리자 홍 전 지부장에 대한 병원 간부들의 방문은 잦아졌다. 신아무개 전략기획팀 부장은 “만약 원고가 (제보를) 한 게 아니라면 왜 바로잡지 않느냐. 반성해라”고 항의했다.
법원 “집단 괴롭힘 방치한 사용자도 책임져야”
법원은 직원들의 집단 괴롭힘이 특정한 시기 하루 1~3회에 걸쳐 이뤄진 점을 판결에서 고려했다. 홍 전 지부장이 많은 횟수에 걸쳐 괴롭힘을 당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노사 간 공식적인 방식에 따라 대화가 이루어질 것을 원한다면 (사용자는) 대화를 강요해서 안된다”며 “대화 시도가 상대방 근무시간 중 예고없는 집단 방문에 의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대화 강요가 상대방의 수인한도를 초과하면 불법행위에 해당돼 민법 756조에 따라 사용자도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법원은 “홍 전 지부장이 (집단 괴롭힘으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게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지부는 병원 사과와 책임자 처벌, 홍 전 지부장 복직을 요구했다. 지부는 23일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은 법원 판결을 계기로 돈벌이에 혈안이 돼 노조 파괴와 노동인권 탄압을 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관계자는 “법원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임한 이종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는 “노사 간 갈등에 대해 사용자가 비공식적으로 대화를 요청하거나 항의성으로 방문하는 등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것에 대해 법원이 일정한 기준을 제시해 이후 유사한 문제로 인한 소송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회사 내 집단 괴롭힘 사용자 책임 '인정'
인천성모병원 노조간부 집단 괴롭힘 유죄 인정 … 법원 “사용자 불법행위 사전 조직했거나 방치해 책임져야”
- 기자명 구태우
- 입력 2017.0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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