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노조 간부에게 병원 직원들이 수시로 찾아와 괴롭힘을 가한 것과 관련해 인천성모병원 병원장과 병원 임원들이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4부(부장판사 서민석)는 지난 13일 “이학노 병원장 등 피고들은 집단 괴롭힘 행위와 관련해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병원장 등이 홍명옥 간호사 명예를 훼손하고 위 간호사를 모욕하였음이 인정된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병원 내부 전산망과 월간 사외보에 게재하라고 주문했다. 회사 내 직원들의 집단 괴롭힘과 관련해 법원은 인정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주목된다. 법원은 “근무시간 중 예고없이 집단 방문해 대화를 강요하는 방식은 사회적 상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사용자는 이러한 불법행위를 사전에 조직하거나 알면서도 방치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화는 거부, 지속적 폭언은 '집단 괴롭힘'

홍명옥 전 지부장은 2011년 6월부터 2016년 1월7일 해고 직전까지 지부장을 맡았다. 그런데 병원 관리자들은 홍 전 지부장이 해사 행위를 했다고 의심하며 수차례 모욕을 주고 폭언을 했다. 홍 전 지부장은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2015년 4월께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2013년 11월 지부는 △인위적인 병원 홍보와 환자 유치활동 폐지 △‘가족처럼 모시겠습니다’ 선창 및 복창 방식 캠페인 폐지 △1일 8시간 근로와 점심시간 1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노사 교섭은 같은해 11월1일 결렬됐고, 노조는 파업을 준비했다. 그런데 같은달 6일부터 병원측 건강증진센터장, 기획전략팀장이 사전 예고 없이 홍 전 지부장을 찾아왔다.

홍 전 지부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검사통합예약실에서 근무했는데 병원 간부 직원들의 방문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노조에서 붙인 게시물도 보기 싫고 개인적으로 왜 그러는지 묻고 싶어 찾아왔다”, “우리집 개도 밥값을 한다. 직원으로 월급을 받으면 그 값을 해야 한다.”

이처럼 홍 전 지부장과 대면한 병원측 간부들은 말은 거침이 없었다 홍 전 지부장은 “개인적인 자리에서 노조와 관련된 일은 말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거부했지만 항의방문은 이어졌다. 2015년 3월30일 보건의료분야 인터넷언론에 병원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리자 홍 전 지부장에 대한 병원 간부들의 방문은 잦아졌다. 신아무개 전략기획팀 부장은 “만약 원고가 (제보를) 한 게 아니라면 왜 바로잡지 않느냐. 반성해라”고 항의했다.

법원 “집단 괴롭힘 방치한 사용자도 책임져야”

법원은 직원들의 집단 괴롭힘이 특정한 시기 하루 1~3회에 걸쳐 이뤄진 점을 판결에서 고려했다. 홍 전 지부장이 많은 횟수에 걸쳐 괴롭힘을 당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노사 간 공식적인 방식에 따라 대화가 이루어질 것을 원한다면 (사용자는) 대화를 강요해서 안된다”며 “대화 시도가 상대방 근무시간 중 예고없는 집단 방문에 의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대화 강요가 상대방의 수인한도를 초과하면 불법행위에 해당돼 민법 756조에 따라 사용자도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법원은 “홍 전 지부장이 (집단 괴롭힘으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게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지부는 병원 사과와 책임자 처벌, 홍 전 지부장 복직을 요구했다. 지부는 23일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은 법원 판결을 계기로 돈벌이에 혈안이 돼 노조 파괴와 노동인권 탄압을 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관계자는 “법원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임한 이종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는 “노사 간 갈등에 대해 사용자가 비공식적으로 대화를 요청하거나 항의성으로 방문하는 등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것에 대해 법원이 일정한 기준을 제시해 이후 유사한 문제로 인한 소송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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