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작구 소재 ㅇ교회의 2013년 목회조직표. 이기권 장관 딸과 사위 박아무개씨(사각형 표시)가 같은 구역조직에 속해 있다. 이듬해부터 구역조직은 '목장조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에 사위를 특혜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기권 노동부 장관이 거짓해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되자 이 장관은 “사위가 취업한 시점은 딸과 사위가 소개로 처음 만남을 시작한 2015년 8월보다 훨씬 전인 같은해 3월”이라고 해명했다. "당사자들이 만나기도 훨씬 전에 이뤄진 취업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런데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이 장관의 딸과 사위가 적어도 2012년 이전부터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알고 지낸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만남 시점을 거짓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딸과 사귀기 전에 사위 취업?"

이기권 장관의 사위 박아무개(32)씨는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부설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 2015년 3월 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지난해 6월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한기대는 이기권 장관이 취임하기 전 2년간 총장을 지냈던 곳이다. 이와 관련해 이기권 장관의 도움을 받아 사위가 취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사위 박씨는 이달 9일 사직했다.

일부언론이 지난 16일 사위의 특혜취업 의혹을 보도하자 이 장관은 “당사자들이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남을 시작한 것은 2015년 8월로, 이보다 훨씬 전인 2015년 3월에 취업에 개입할 여지도 없었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대변인실을 통해 “2015년 10월에 사위를 처음 만났는데 그때서야 서로의 직장과 신분을 처음 알게 됐다”고 전했다.

사위 박씨가 한기대에 취업한 것은 우연일 뿐, 이 장관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당시 노동부 관계자는 “장관께 듣기로는 (딸이나 사위의) 친구를 통해 소개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2년 전부터 같은 교회 생활
2013년부터 같은 구역조직 활동


하지만 이 장관의 딸과 사위가 소개를 받아 처음 만나게 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현재 딸 이씨와 사위 박씨는 서울 동작구 소재 ㅇ교회에 다니고 있는데, 이 교회 홈페이지를 보면 두 사람 모두 2011년 12월부터는 이 교회에 다녔다. 당시 사진에 찍힌 교회 신자 명단에는 두 명의 이름이 뚜렷히 나온다.

또한 두 사람과 사위 박씨의 부모는 2013년부터 이 교회에서 같은 구역(목장)조직 소속으로 활동했다. 같은 구역에 거주하거나 교회를 다니는 데 도움을 주고받은 이들끼리 같은 조직에 속하게 된다. 같은 목장조직에 속한 신자들끼리는 가족처럼 가깝다고 해서 ‘가족교회’로 부르기도 한다. 예배까지 별도로 본다. 그만큼 이 장관의 딸과 박씨 가족은 단순히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라, 교회 활동을 밀접하게 했다는 얘기다.

현재 이 장관의 딸과 사위는 이 교회에서 서리집사로 활동하고 있다. 교회를 오랜기간 다녔다는 뜻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9일 이 교회에서 만난 한 목사는 “두 분이 교회를 오래 다니다가 결혼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교제하기 시작한 시점에 대해서는 “신자끼리 사귀어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며 “지난해 결혼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때서야 교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기권 장관을 포함한 나머지 가족은 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은근슬쩍 말바꾸기 “교회 지인이 소개”

이 장관 해명과 달리 딸과 사위가 같은 교회에 다니며 함께 활동하다가 교제 끝에 결혼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 때문에 해명자료에 딸 부부가 만난 시점을 적시한 부분은 의심을 더 키우고 있다. 해명에 따르면 이 장관 사위는 2015년 3월 한기대에 취업했고, 그해 8월 지인 소개로 처음 이 장관 딸을 만나기 시작해 1년 교제 끝에 결혼했다. 처음 만난 시점이 어긋나면 해명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기권 장관측은 “교회에서 소개를 받았다”며 말을 바꿨다. 정형우 노동부 대변인은 “친구에게 소개받았다는 말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장관께 듣기로는 교회에 계신 분이 두 사람을 서로 소개했다”고 해명했다. 정 대변인은 “같은 교회를 다니니 서로 몰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교회 지인이 건강한 두 젊은이에게 만나 보라고 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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