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서 "이재용을 처벌해 주십시오"라는 팻말을 들었다. 반올림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들은 황상기(62·사진)씨는 꽃 한 송이와 편지를 들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서울 대치동 사무실로 향했다. 황씨는 지난 2007년 삼성전자 시흥공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다. 황씨의 요구는 하나다. “이재용을 처벌해 주십시오.”

황유미씨 치료비로 500만원을 건넸던 삼성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겐 수십억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황상기씨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지난 20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그는 “법 위에 삼성이 군림하게 두면 안 된다”며 “특검이 이재용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의 판사인가, 국민의 판사인가"

-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반올림 농성장에서 자다 새벽에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들었다. 기각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법 위에 삼성이 군림하게 두면 안 된다. 이재용을 구속하지 않고 다른 기업에 어떤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나. 이재용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판사는 삼성의 판사인가, 국민의 판사인가 묻고 싶다.”

-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직업병 피해자들 얘기도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2006년 가을 유미가 항암치료를 받고 있을 때 반도체 공장 직원이 찾아왔다. ‘산업재해 신청을 해 달라’고 하니, ‘삼성을 상대로 이길 자신 있냐’고 묻더라. 치료비 5천만원을 받기로 하고 사표를 썼다. 두 달 뒤 그 직원은 ‘돈이 없으니 이것만 받으라’며 500만원을 줬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유미 치료비가 없어 그 돈을 받았다. 삼성은 정유라에겐 몇십 억원의 돈을 쓰면서 직업병 피해자들에게는 돈으로 갑질을 한다. 이게 정상인가.”

"이것만 받으라며 500만원 준 삼성"

- 지난 19일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특검 사무실을 찾았다고 들었다.

“꽃 한 송이랑 편지를 들고 특검 사무실에 갔다. 경비들이 막아 들어갈 수는 없었다. 검사께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특검 앞에서 ‘이재용을 꼭 처벌해야 한다’고 쓴 피켓을 들고 있다가 왔다. 수사 자료를 보강해 영장을 다시 청구해 주길 바란다. 삼성은 피해자 가족이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해 달라.”

- 2017년 3월6일이면 유미씨 10주기다.

“얼마 전 마음이 너무 쓸쓸해 아내랑 유미를 뿌린 곳에 갔다 왔다. 10년이 지나도록 삼성은 반올림과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삼성에서 일하다 직업병에 걸린 노동자는 자꾸 늘어만 가는데 해결되는 건 없다. 피해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마음이 너무 힘들다. 이재용은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괘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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