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노총 출입을 하는 다른 언론사 기자에게 이번 한국노총 임원선거를 어떻게 보냐고 물었다.

"노동계 양대 축을 이루는 한국노총의 수장을 뽑는 나름 큰 행사 아니냐. 왜 이렇게 조용한지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기자는 "잘 몰라서 기사를 안 쓰게 된다"고도 했다.

한국노총 위원장과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임원선거가 24일 치러진다. 누구나 이번 임원선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반노동정책을 철회시키고, 노동 적폐 청산이라는 중요 임무가 새 집행부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차기 정권과 노정대화도 이끌어야 한다.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상황과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치러지는 한국노총 임원선거라는 얘기다.

선거는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임원선거가 언론의 관심에서 빗겨 나 있다는 사실은 제쳐 두자. 심지어 한국노총 단위사업장 조합원들도 선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한국노총 선거는 조합원 직선제가 아니라 선거인단 투표로 치러지는 것이라 그렇다고들 설명한다. 그렇다라도 최소한 선거 홍보는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두 후보조 모두 선거관리규정과 운동지침이 "너무 깐깐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거관리규정과 선거운동지침에 따르면 전단형 인쇄물 2종, 책자형 인쇄물 1종, 명함형 인쇄물 1종으로 선거유인물을 제한했다. 피켓 종류는 1종, 20개로 제한하고, 합동연설회장이나 선거인대회장에 반입할 수 없게 했다. 후보조에서 보내는 보도자료나 성명서, 취재협조 같은 대언론 자료는 선관위 검인을 받아야 하는 선거유인물로 분류된다. 배포에 제약을 받는 구조다. 허용된 건 오직 규정된 유인물과 문자메시지 5건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나마 각 후보자들의 정책 공약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었던 공간은 지난 14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하고 <매일노동뉴스>가 주관했던 후보자 초청 토론회, 단 한 번뿐이었다. 자칫 깜깜이 선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과열을 우려한다. 지당하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 행위,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선관위의 제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하고 제제하는 데만 선관위 역할이 있는 건 아니다. 투표는 3천125명의 선거인단이 하지만, 선거 과정에 전 조합원을 참여시켜야 하지 않을까.

선거 분위기를 띄우고,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 임원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언론사들을 불러 모아 이번 선거가 왜 중요한지,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야 한다. 그래도 언론이 선거기사를 안 쓰면 그때는 할 말이라도 있지 않겠나.

한국노총 임원선거가 열린 장에서 축제로 치러지면 좋겠다. 다음 임원선거는 전 조합원이 어디를 가나 선거 얘기를 입에 올리고, 언론사들은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파헤치고 그게 다시 조합원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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