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이 전면적인 아웃소싱과 본부조직 축소, 무인역·무인운전 확대로 인력 1천여명을 줄이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 안전이 위협받게 될까 우려된다.

부산교통공사(사장 박종흠)는 19일 오전 부산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설명회를 열고 ‘부산교통공사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공사는 "적자로 인해 조직혁신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적자가 매년 2천억원대로 발생하고 있고, 전국 7개 도시 지하철 운영기관 중 공사 운영적자가 가장 크다는 근거를 들었다. 공사는 적자 원인으로 인건비를 지목했다. 공사는 “임금이 타 동종기관 1인당 평균 임금보다 연 1천200만원 높은 수준”이라며 “지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64%로 경영악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부산지하철노조 관계자는 “적자 2천억원 가운데 1천억원은 무임수송에 따른 결손액으로 정부 정책을 열심히 이행한 결과”라며 “경영쪽 잘못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 줄여 연 416억원 비용 절감

공사는 연간 400억원 절감을 목표로 △조직·인력구조 개선 △근무형태 개선 △운영시스템 개선 등 3대 분야 22개 과제를 자구책으로 제시했다. 계획은 3단계로 추진된다. 3개월 이내에 1~2호선에 관리역제를 시행하고 비핵심 분야에 기간제 활용, 4호선 역사 인력운영 효율화로 연 99억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관리역제는 3~4개 역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제도다. 관리역제 도입의 핵심은 한 조당 3명이 근무하는 기존 단일역 체계에서 한 조당 2인 근무체계로 변경하는 것이다. 노조는 이를 안전인력 축소로 보고 있다.

1년 이내 단기 계획에는 △전자 분야 아웃소싱 △차륜 삭정업무 아웃소싱 △차량기지 구내식당 아웃소싱 △본사·현업조직 슬림화 △역사 당직제도 폐지가 담겼다. 인력 255명을 줄이고 연간 187억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 계획으로 △4호선 아웃소싱 △3호선 역사관리 아웃소싱 △1~3호선 시설물 유지보수 분야 아웃소싱 확대와 무인운전 확대 검토를 제시했다. 공사는 “30여년간 이어진 운영상 문제점을 해결하고 저비용·고효율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최적기”라며 “10년간 1천16명의 자연감소 인력이 발생하고 연 416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 안전은 어디로?

비용절감에 중심을 둔 전방위적인 아웃소싱과 구조조정 계획에 전문가들은 안전 문제를 우려했다. 이승우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에서 기존 비핵심업무로 취급했던 상당수 업무가 시민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역사 인력을 과도하게 줄이면 화재나 재난상황에서 대처가 어렵다는 공감대가 이미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시는 최근 외주확대 정책을 폐기하고 인소싱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며 “세월호와 구의역 참사 이후 전반적인 사회적 안전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부산지하철은 사회적 요구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반발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재창조 프로젝트는 나쁜 일자리를 창조하고 지하철을 안전 사각지대로 만드는 부실철 프로젝트”라며 “프로젝트를 즉각 폐기하고 공기업 본연의 자세로 공공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지하철 만들기에 힘을 모으라”고 요구했다.

한편 공사는 지난해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부산지하철노조 간부 40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위는 20일 오후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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