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고등학생들이 노동현장에서 산재에 노출된 것은 물론 반말·폭언·폭행 같은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급노동을 강요받거나 성폭력을 포함한 성적 수치심을 느낀 경우도 적지 않았다.

18일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지난해 5~6월 대구지역 19개 특성화고에 다니는 청소년 790명을 대상으로 노동인권 실태를 조사했더니, 최근 1년 안에 아르바이트를 하다 다친 경험이 있는 학생이 32.1%나 됐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27.5%는 "현장에서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무시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22.3%는 "임금을 적게 받거나 못 받은 경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약속된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무급으로 일한 경험"(18.6%)이나 "일하면서 식사를 제공받지 못한 경험"(17.5%), "그만두고 싶은데 그만두지 못한 경험"(16.3%)도 했다.

10%의 학생은 "폭언과 폭행 경험"이 있었고, 5.4%는 "성적수치심(성폭력 포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 10명 중 4명(43.8%)은 "노동인권을 침해당해도 참았다"고 답했다. 나머지 28.1%는 관리자와 직접 해결했고, 21.9%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 가족이 42.9%로 가장 높은 반면 지방고용노동청(28.6%)이나 경찰서(14.3%), 학교·교사(14.3%)를 비롯한 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사례는 매우 낮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참았던 이유에 대해 절반 이상인 56%가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응답했다. "귀찮아서"(24%) 또는 "보복당할 것 같아서"(16%)라는 답변도 나왔다.

조은별 네트워크 조사연구팀장은 "일하는 청소년들이 실제 자신에게 노동문제가 발생했다고 답한 비율은 17.8%에 불과하다"며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이 많지만 잘 몰라서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 팀장은 "청소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근로계약사항을 교육하고, 청소년 고용 사업장을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에는 대구시 전체 학교 대상 실태조사를 주문했다.

네트워크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19일 오후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리는 토론회에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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