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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촛불항쟁과 노동의 시작 ④]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웃음 짓는 최저임금 1만원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
   
▲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 정경유착의 밑바닥을 여실히 보여 줬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세력, 재벌 총수는 뇌물죄로 특별검사 수사를 받고 있다. 개혁이라는 그럴 법한 이름을 달았던 파견 확대나 성과연봉제 같은 노동의제도 실상은 그 범주 안에서 움직였을 개연성이 크다. 활활 타오른 촛불 덕에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 심리를 시작했다. 거꾸로 선 나라를 제대로 세우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노동자들이 새로운 나라의 모습을 고민해 <매일노동뉴스>에 보내 왔다. 일곱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그럴 줄 알았다. 최저임금도 비선실세가 결정해 왔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비망록)가 말해 주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2014년 6월20일에 “6/30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액 결정, 인상률 놓고 대립. 案(안)으로 投票(투표). 7% 인상 線(선)”이라고 쓰여 있었고, 1주일 뒤인 6월27일 새벽 최저임금은 7.1% 인상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이 모여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고? 믿지 마시라. 그런 교과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적어도 박근혜 정부에서 최저임금은 억대 연봉에, 재벌 로비로 뒷돈까지 챙기는 청와대 비서실과 비선실세가 결정해 왔으며, 비선실세가 아니라도 사회적 합의가 아닌 청와대 뜻에 따라 결정돼 왔다는 점은 과장이 아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대통령 탄핵 여부를 왜 고작 9명의 헌법재판관이 결정하는지. 최저임금은 왜 고작 27명의 위원들이 3~4번 회의로 결정하는지,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지난해 11월26일 촛불집회 자유발언에 나선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던진 얘기다. 촛불은 비선실세가 최저임금을 결정한 게 문제라는 지적을 넘어선다. 최저임금을 왜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결정하는지도 묻고 있다.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와 시민의 삶을 결정한다면, 당연히 이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결정하자는 주장은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은가.

“여러분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들에 대해 폭로되는 기사를 보니까, 이 양반들 거의 하는 일이 없네요. 이 사람들 월급으로 딱 최저임금만 주면 어떨까요? 그럼 자기들 월급이니까 최저임금 팍팍 올려 주지 않겠어요? 최저임금 1만원은 따논 당상이죠!” 촛불광장은 이런 제안도 내놓으며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할 방법을 찾고 있다. 나는 이런 공약을 내걸고 반드시 지킬 대통령 후보가 나온다면 아낌없이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1만원이 자영업자들을 몰락시킨다며 반대한다. 제발 이런 공세는 그만했으면 한다. 특히 기업들이 할 말은 아니다. 한국의 자영업자 70%는 고용인원을 두지 않은 사실상 ‘1인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오히려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 노동자들의 소비가 늘어나는 걸 쌍수 들고 환영한다. 나머지 30% 자영업자의 상당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속해 있다. 이들이 고통받는 근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임대료·수수료 인상이다. 즉 재벌 대기업과 건물주가 빨대를 꽂아 다 빨아먹는다는 것이다.

재벌에 종속된 사업체들의 최저임금 1만원은 재벌들이 책임지도록 만들면 해결할 수 있다. 방송인 김제동은 최저임금 1만원이 버거운 자영업체는 국가가 지원하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저렇게 영세 자영업자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가능성은 외면하고 재벌과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이 가져올 긍정적 측면에도 눈을 감는다. 1년에 200억원 버는 재벌 3세가 300억원으로 소득이 는다고 내수소비가 늘겠는가. 그렇지 않다. 반면 1년에 2천만원 버는 노동자가 3천만원으로 임금이 오르면 내수소비는 증가한다. 좋은 일자리에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아 치킨을 사 먹어야 할 사람들이 너도나도 치킨을 팔고 있으니 치킨게임(가격경쟁, 출혈경쟁)으로 자영업도 몰락하는 상황이다. 내수 진작과 긍정적 경제효과를 위해 어느 계급의 소득이 높아져야 하는가.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웃음 짓는 최저임금 1만원’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가끔 왜 최저임금 1만원을 고집하는지 묻는 분들이 있다. 사실 고집한 바 없다. 재벌 세금 더 거둬서 정부가 무상의료·무상교육·무상급식·무상주거를 실현한다면, 노동자와 가족이 책임져야 할 생계비 규모가 줄어든다면 최저임금 1만원까지 요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실업과 불안정 노동이 엄청난 한국, 게다가 복지는 바닥을 기어가는 현실에서 노동자와 가족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임금’이다. 그러니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밖에! 촛불광장에서도 공감대를 얻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 박근혜 퇴진과 함께 한발 더 가깝게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번에는 꼭 현실화시키자며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을 중심 요구로 사회적 총파업을 논의하고 있다. 물론 총파업은 미지수다.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1만원은 민주노총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다.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 되기 위해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투여하는 의지가 조직을 혁신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박근혜 이후 2017년, 우리 사회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체제는 이전과 달라야 하고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부자가 되라는 헛된 욕망이 아니라 평등하게 더불어 살자는 최저임금 1만원.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다.

오민규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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