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14일에도 촛불집회가 있었다. 광화문광장과 이 나라 주요도시 광장과 거리에서 12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영하 10도 아래의 강추위에도 약 15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최자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11차 촛불집회에서 분신한 정원 스님의 영결식과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대회에 이어진 본대회는 조기 탄핵과 뇌물 주범 삼성 이재용 구속 등 재벌 규탄을 외치며 청와대와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행진으로 이어졌다. 촛불집회 초기 “재벌도 공범이다”였던 구호는 이제 “재벌 총수 구속하라” “이재용 구속하라”로 구체적으로 범죄자를 말하고 그 처벌까지 요구하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6일 이재용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촛불집회는 이재용을 심판할 것을 요구했고, 특검은 이재용의 구속에 나섰다.

2.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부회장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재용을 말해 주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부회장은 이재용말고도 있다. 삼성에서 이재용이 아닌 부회장들은 이재용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재용은 삼성그룹의 상속자다. 이병철부터 이건희를 거쳐 이재용으로 이어진 삼성그룹의 상속자라는 것이 그를 말해 준다. 재벌 3세로서 삼성재벌의 후계자다. 그런 이재용이 이제 그 승계 절차를 마무리하려다 오늘 구속영장심사를 앞두고 있다. 회사 돈 430억원을 횡령해서 뇌물 공여해 박근혜-최순실 일당과 함께 가중처벌되는 범죄행위를 한 중대 범죄자로 구속돼서 처벌받을 처지에 놓였다. 2014년 5월10일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뒤부터 이재용은 실질적으로 그룹 총수 행세를 해 왔다. 그것은 자신이 그룹을 상속받기 위한 것이었다. 이 기간에 이재용의 범죄행위가 행해졌다. 이건희는 대한민국의 최고 재산가다. 2017년 1월10일 포브스는 주식평가액만 11조5천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재용이 그룹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아버지 이건희의 재산을 상속하거나 증여받으면 된다. 그럼 삼성그룹에서 이건희의 권력은 그대로 이재용의 차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상속이든, 증여든 그 재산이 30억원을 초과하면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된다. 이재용도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헌법 제38조가 정하는 납세의 의무를 진다. 그리고 세법에 따른다면 이건희 재산의 50%는 대한민국의 것이 돼야 한다. 그러나 이재용은 아버지 이건희의 재산을 상속받거나 증여받지 않고서, 즉 납세의무를 지고서 삼성을 승계받지 않고 전환사채 취득, 비상장주식 취득 및 상장, 계열사 합병 등을 통해서 수십 배, 수백 배의 이득과 지배력을 취득해 이건희 이후 삼성의 주인이 되는 길을 택했다. 아버지 이건희 때부터 치밀하게 기획해서 실행해 왔다. 이미 1990년대 말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해 이재용에게 몰아줬다. 삼성SDS는 유죄판결까지 받았다. 비록 에버랜드는 무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신고한 이사회는 개최되지도 않았고 제출된 회의록도 조작됐다고 확인되기도 했다. 불법과 탈법으로 이재용에게 승계가 추진됐던 것이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은 2014년 11월과 12월에 상장했고, 이재용은 엄청난 평가차익을 실현했다. 그리고 2015년 5월26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하고 합병비율을 1 대 0.35로 확정한 다음, 7월17일 삼성물산 이사회에서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삼성물산은 4.25%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재용 남매가 제일모직의 지분 38.8%를 확보하고 있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전혀 갖지 못했음에도, 1대 0.35의 합병비율을 관철함으로써 이재용 남매가 통합 삼성물산을 통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8.1%만큼 더 강화할 수 있었다. 통합 삼성물산 주식의 시가총액이 24조4천700억원(지난해 12월6일 기준)인데 1대 0.35의 합병비율을 통해 1조9천821억원의 이득을 얻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불법·탈법으로 헐값에 매입했다는 것까지 고려해서 보면 이재용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의 평가차익은 8조원 가까이 된다고 알려졌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48억원 취득으로 수백 배, 수천 배로 이득을 챙겨서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버지 이건희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도 아들 이재용은 삼성의 주인으로 등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불법과 탈법, 범죄가 삼성을 이재용 차지로 만들어 왔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박근혜-최순실 일당과 범죄를 공모하고 실행했다. 대한민국의 법은 무력했다. 삼성과 이재용 앞에서는 법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오히려 국민연금에 5천억원 안팎의 막대한 손해를 주면서 박근혜 정권은 이재용의 이득과 지배력 확보를 지원했다. 그래서 이 나라는 오늘 삼성공화국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자본의 경제와 권력의 정치는 삼성의 차지라고, 삼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3. 삼성공화국에는 노동이 없다. 이재용과 삼성을 위한 나라는 노동자를 위한 나라일 수 없다. 아직까지도 삼성은 무노조경영을 한다. 대한민국헌법 제33조가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노동자에게 보장했건만 삼성에서는 아니다. 삼성그룹 사업장에서는 사용자도 심지어 노동자조차도 노동조합을 해서는 안 된다고 확고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징계 등 탄압과 회유에 의해 무너졌다. 이병철부터 이건희를 거쳐 이재용의 삼성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동조합 활동은 용납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삼성테크윈·삼성코닝 등 삼성에서 매각된 이후에야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해 활동할 수 있었다. 한마음협의회 등 노사협의회가 삼성에서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처럼 행세해 왔다. 다른 사업장의 노사가 체결하는 단체협약과 같은 합의를 이런 노동조합 아닌 노사의 협의회를 통해서 체결해 왔다. 삼성중공업 등에서는 노동조합처럼 협의회에서 교섭해서 협약을 체결해 왔다. 이처럼 임금인상도, 다른 노동자권리도 노동조합이 아닌 협의회에서 노사 간에 교섭해서 합의로 정해 왔다. 철저히 노동조합은 용납되지 않았다. 노조가 활동하는 사업장보다 더 많은 성과급이 지급된다고, 노조 하는 사업장보다 더 고용이 보장된다고 노동조합은 필요치 않다며 무노조경영의 삼성은 2017년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공화국은 자본의 경제와 권력의 정치만으로 이 나라에서 세워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노동조합 없는 노동으로 세워졌다. 사용자 자본에 대한 자주적인 노동의 거세로 세워졌다. 헌법 제33조가 규정한 “자주적인 단결권”, 그에 따라 노조법이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해” 조직하는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금지, 처벌하고 있음에도 삼성에서는 사용자 자본에 맞서는 자주적인 노동은 철저히 거세돼 왔고, 그것으로 삼성공화국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 없는 나라로 세워질 수 있었다.

4. 삼성공화국에서는 사용자 자본만이 주인이다. 노동자는 사용자 주인에 복종해서 노동하는 자일 뿐이다. 아무리 노동자가 기술개발하고 생산혁신해서 세계 일등제품을 생산해 삼성을 수백 배로 성장시켜 왔어도 그는 삼성공화국에서 이건희 회장의 처분에 따라 자신의 처지가 결정돼 왔던 자였고, 이제 아버지 이건희에서 아들 이재용에 복종해야 한다. 그의 아들이 삼성에 입사하게 되면 그의 아들도 그처럼 이재용에게 복종해야 하고, 이재용의 삼성을 승계받게 될 이재용의 아들에게 복종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삼성공화국이 이 나라 전체를 삼성의 공화국으로 만들었다. 노동조합 없는 1등 기업 삼성이니 노동조합 없어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 나라 국민은 노동자라도 그는 노동조합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가입하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이라서 당연히 노동조합을 조직해서 가입해서 활동해야 한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무노조경영의 1등 기업 삼성이 있는데 당연히 노동조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노조경영의 삼성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노동기본권을 탄압하고서 세워졌다. 그럼에도 삼성은 1등 기업이고 그걸 대한민국의 권력은 부당노동행위로 법 집행하지 않았다. 무노조경영의 삼성이라는 건, 무노조경영 원칙을 위해서 노조 설립을 탄압하고 회유해 왔다는 건 이 나라에서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인데도 권력은 법대로 삼성에 대해 집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삼성공화국이다. 그리고 삼성은 오늘 공화국 대한민국을 농단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리고 그 삼성공화국의 주인은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승계되고 있다. 이재용이 삼성의 주인으로 등극하고 있는 것은 그가 삼성에서 엄청난 실적을 올려서가 아니다. 그가 주식을 취득했던 회사를 그가 성장시켜 그 주가가 급상승해서 그걸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회사의 지분을 차지해서가 아니었다. 그가 이건희의 아들이라는 것이 그가 불법과 탈법, 범죄로 삼성의 주인이 되도록 했다. 미래전략기획실 등이 그를 이건희의 후계자로 받들어서 삼성을 승계하도록 기획하고 실행했다. 이재용이 아니라, 삼성의 노동자 아무개라도 이런 기획과 실행에 따른다면 삼성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단지 이건희의 아들이라는 것이 다른 삼성 노동자들과 달랐고, 그것이 주인과 노예로 운명을 갈랐다. 그런데 삼성공화국에서 노동자는 왜 자신은 주인이 될 수 없냐고 묻지 않는다. 이재용이 구속돼 처벌을 받는다 해도 삼성의 주인은 이재용이 될 것이라는 걸 의문을 품지는 않는다. 자주적인 노동자 없는 나라는 아무리 민주공화국을 외쳐도 그것은 삼성공화국, 노동 없는 공화국일 뿐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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