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2년 임기 안에 완전한 노동 3권을 확보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

지난해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일지에서 청와대가 나흘에 한 번꼴로 전국교직원노조 관련 대책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 처분을 내린 뒤 이어진 소송에 대비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위원장 선거 동향까지 파악했다. 2014년 6월19일 법외노조 1심 판결이 나온 뒤에는 “긴 프로세스(process) 끝에 얻은 성과”라고 자평했다.

조창익(58·사진) 전교조 위원장은 “권력은 전교조를 제거해야 할 대상 1호로 꼽았다”며 “2년 임기 안에 재합법화는 물론 완전한 노동 3권 확보까지 나아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노동부가 '노조 아님' 통보 이유로 삼았던 해직교원의 조합원 자격 부여와 관련해 “해직 교사들이 ‘우리를 포기하고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고치자’고 말하기도 했지만, 전교조는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정부의 규약 시정요구를 거부했다”며 “조합원들의 힘으로 법외노조 국면을 돌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위원장은 최근 전교조 교사를 사칭해 쓴 '세월호 참사를 전교조가 조작 모의했다'는 글에 대해 “전형적인 공작정치”라며 “국민 정서와 이반하는 정권의 공작정치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올해 1월 임기를 시작한 조 위원장을 만났다.

“해직교사가 전교조 힘의 근원”

- 정권이 전교조를 탄압하는 상황에서 위원장에 출마했는데.

“1989년 전교조 태동기에 해직됐다. 서른 살이었다. 전교조와 함께 살아온 삶이다. 그간 전교조 담장 안뿐만 아니라 전교조 담장 밖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 나아가 교육모순을 지켜봤다. 사회 변화에 필요한 과제를 고민했다. 스스로에게 좀 더 절박한 행동양식을 요구했던 것 같다. 지난해 하반기 여러 동지들과 전교조와 교육혁명 전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위원장으로 출마하게 됐다.”

- 최근 ‘단원고 전교조 가입 선생입니다’는 제목의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돌았다. 세월호 사건을 전교조가 조작했다는 내용의 글이다.

“고도의 공작정치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일지에도 나와 있듯이 청와대는 전교조를 적대 대상으로 삼고 3~4일에 한 번씩 대응책을 마련했다. 입법·사법·행정기관이 함께 전교조 탄압작업을 했다.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를 권력 재생산이나 영구집권 음모의 걸림돌로 봤다. 전교조 28년 역사 속에서도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노태우 군사정권하에서 태어난 전교조는 노조 결성 당시 1천500여명이 해직됐다. 정권은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개입했다. 전교조는 제거해야 할 대상 1호였다. 권력의 변화와 상관없이 지배권력의 견제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다. 전교조를 향한 보수언론의 이데올로기 공격은 수십년간 계속됐다. 국민에게서 이반하는 공작정치가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전교조 탄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전교조에는 민주주의와 반독재노선이라는 DNA가 존재한다. 1천500여명의 해직교사가 그 저항정신의 근원이다. 지금도 수십 명의 해직교사가 있다. 이분들과 함께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을 바꾸고 정상적인 노조로 활동해야 한다.”

- 지난해 4·13 총선 때 SNS에 정치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인천지역 교사들이 징계를 받았다.

“우리 사회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변화를 바라는 교사들의 욕구가 표출됐다. 그럴 때마다 정권은 감시와 사찰을 했다. SNS에서 공유하고 ‘좋아요’만 눌러도 고발당했다. 몇백 만원의 벌금형이 나오고 징역형이 선고됐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이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부당함을 알리는 것은 시민의 기본적인 의무다. 탄압 유무와 상관없이 교사들은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을 쟁취하는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시행령 통치'라는 말이 있다. 법적 근거 없이 시행령을 탄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시행령은 대통령이나 국무위원만 찬성하면 된다. 수없이 많은 시행령이 있다. 이 역시 적폐다. 이를 청산해야 한다.”

- 20대 국회에 교원노조법 개정안 두 개가 발의됐다. 두 개정안에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통과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교원노조법 개정안 두 개를 합쳐야 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할 때에는 탄핵 국면이 아니었다. 홍영표 의원안에는 교육정책을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과 교육부가 단체협약에 수반하는 예산·법 관련 사항을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은 빠지고, 교원노조가 일체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은 남았다. 당시 새누리당을 설득하기 위해 가장 예민한 부분은 빼고, 일단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목적을 뒀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 개정안에는 교원의 정치활동과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두 개정안을 보완하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2월 임시국회 때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정책담당자들이 국회와 접촉하고 있다.”

- 국정교과서 문제도 전교조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한다고 했다. 신청한 학교가 있나.

“연구학교로 지정하려면 교직원회의·운영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현재 방학이라 소집이 안 되고 있다. 물론 교사들의 동의를 사후에 받는 형식으로 편법을 자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들의 반대가 심하다. 문제는 대구·경북이다. 이영우 경상북도교육감은 국정교과서 현장보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검정 교과서 혼용정책에 '유감'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런 지역의 경우 지역 시민단체·학계와 함께 공청회를 열어 지역여론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긴 프로세스 끝'에 합법노조 지위 되찾을까

-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에서 1심과 항소심 모두 졌다.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인데, 소송 상황은 어떤가.

“대법원 판결은 정치적인 성격을 띤다. 대선 전에 판결이 나올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리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대선 이후로 미룰지, 탄핵심판 인용결정이 나온 뒤 판결을 내릴지 현재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대법원이 격동하는 현 정세에서 빠르게 결정을 내리면서 부담을 덜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해직자 문제가 매번 전교조 탄압 수단으로 활용된다. 해고자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당사자들은 참교육·참세상에 대한 열망으로 해직을 각오했다. 하지만 심적으로 많이 괴로웠다. 자신들 때문에 노조의 기반이 흔들린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포기하라’며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규약을 고치자’고도 했다. ‘일단 어려운 국면을 넘고 합법노조 위치로 가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조합원 총투표에서 70%가 정부의 시정요구 거부에 손을 들었다. 조합원들의 결정이다. 전교조는 그 힘으로 법외노조 국면을 돌파하고 있다.”

- 지난해 말 서울교사노조가 출범했다. 전교조 조합원이었던 한 분이 서울교사노조로 옮기며 “희망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고민해야 할 과제인 것 같은데.

“법외노조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전교조에서 희망을 느끼지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전교조가 지금까지 유지된 건 희망을 생산하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새 노조에 간 선생님들은 합법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박근혜 정권 치하에서 할 법한 인식이다. 지난해 1월 전교조 법외노조 2심 판결 후 ‘가망 없다’는 인식이 나왔다. 희망은 변화에 대처하는 것에서 나온다. 몰상식적인 상황에는 저항해야 한다. 제한된 정세인식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교조는 변화를 통한 희망을 만들어 가기 위해 의사소통을 활발히 할 것이다. 조직 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받아 사업을 실행할 것이다. 전교조가 관료화되고 의사결정 구조에서 조합원이 배제된다는 비판은 아프게 받아들이고 성찰하겠다. 직접 민주주의를 보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임기가 2년인데.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기본적인 목표는 전교조가 다시 합법화하는 것이다. 2년 임기 안에 완전한 노동 3권 확보까지 나아가고 싶다. 교원노조법은 완전하지 않다. 교원노조법을 폐기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으로 보호받는 방법도 좋다. 정치기본권은 더욱 절박한 과제다. 내년에 있을 교육감 선거에서 17개 시·도에 진보적 색채를 띤 인물을 당선시켜야 한다. 새로운 교육체제로 이행하는 교육혁명이 필요하다. 입시경쟁체제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 교육 모순을 없애야 한다. 건강한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교육혁명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논의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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