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조선업 노동자가 2015년 12월 21만300명에서 지난해 12월 17만9천300명으로 3만명 넘게 줄었다. 고용노동부도 최근 제조업 취업자가 200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곳곳에서 고용위기 관련 경고음이 들려온다. 올해는 경제불황에 미국이나 중국 같은 주변국 정책 탓에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경제주체들은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까.

인력 구조조정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올해 조선·철강·석유화학·전기전자 등 주요 제조업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예정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제조업들은 지금까지 고용에 크게 기여해 온 전통산업이지만 최근 경제불황, 중국의 추격 등으로 성장이 주춤하고 있으며 기업은 저성장 기조에서 인력의 효율화를 추구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인력조정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제조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경우 노동자들의 고통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인력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정리해고 등 대규모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으로 사용돼야 하지만 최근 공격적인 경영전략의 하나로 남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해당산업 혹은 업종별로 노사정이 구조조정에 대한 대안들을 논의해 볼 수 있다. 특히 숙련노동자나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를 위해 노동조합·기업·정부의 타협이 필요하다. 셋째, 근로시간단축을 통해 추가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시간 국가에 해당하므로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연장근로 축소, 적극적 휴일휴가 및 연차사용, 실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부 지원하고 노사 힘 모을 때 고용위기 극복 가능

김경선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

▲ 김경선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




지난해 조선업을 포함하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에서 3만1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 실업자 중 절반이 조금 넘는 53%가 재취업했고, 재취업자 중 70%가량이 조선업종에 다시 취업했다. 정부는 조선업 밀집지역인 울산·거제·창원·목포에 조선업 희망센터를 만들어 실업자들의 재취업과 생계유지를 지원했다. 지난해 희망센터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 1만명에 달했다. 희망센터는 재취업과 전직·창업뿐만 아니라 귀농·귀촌·귀어를 지원하고 생계에 필요한 자금은 낮은 금리로 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래 일자리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인력조정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훈련·휴직을 할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했다. 지원금 1일 한도액을 기존 4만3천원에서 6만원으로 올렸다. 무급휴직시 최소 90일 이상 지나야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30일만 해도 지원한다. 정부가 지원할 테니 감원 대신 휴직·훈련을 통해 핵심인력을 유지해 달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인력을 보존·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선 3사로 불리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추가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선 3사 같은 경우 지난해에는 수주잔량이 남아 있어 어려움이 덜했지만 올해는 세계 조선업 여건이 더 나빠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사도 고용유지를 위해 힘을 모았으면 한다. 기업은 인력조정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노조는 조선업의 어려운 실정을 인정해야 한다. 노사가 대화를 통해 현실적 해법을 마련할 때 제조업 고용위기를 함께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산업재편 대응 위해 노·사·민·정 머리 맞대자
송보석 금속노조 사무차장(대변인)

▲ 송보석 금속노조 사무차장(대변인)


사상 최악의 제조업 고용한파는 조선·철강업에서 이뤄지는 구조조정 때문으로 보인다. 제조업 하락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산업재편이 급격하기 진행되며 굴뚝산업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이야기되고 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기술 분야도 산업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수출 위주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출 하락세가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지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조선·철강 구조조정은 구성원들과 대화 없이 정부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갖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가지치기하듯 노동자를 죄다 몰아내면 산업이 살아나나? 정부와 사용자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하는데 그 원인과 대책은 일체 내놓지 않고 있다. 지역경제를 망가뜨리는 대규모 구조조정에는 지역과 전문가, 노동자와 사용자 등이 두로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는 제조업 위기에 대한 해법과 대응을 찾기 위해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산업재편 과정은 고용문제를 동반한다.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산업재편으로는 국가의 지속발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정부가 고용안정기금을 조성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 모든 정책을 진행하기 위해 정부와 사용자는 노동자를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 금속노조를 위시한 노동계는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자동차·철강·조선산업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발전전략위원회 구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공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는 합당한 요구에 이제는 응답해야 한다.


대기업 수익·사내유보금, 생산에 재투자 필요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조업 피보험자수가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300인 미만 기업에서 5만7천명(0.2%) 증가했으나, 300인 이상 기업에서는 6만1천명(0.6%) 감소했다. 대규모 사업장 인력 감소폭이 중소사업체 증가폭보다 더 컸다.

대기업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한국 경제 부가가치의 상당부분을 획득하고 있음에도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을 줄이는 성장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에서는 주력산업 대기업들 주도하에 국내 노동력보다는 수출과 생산 국제화에 중점을 두는 성장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왔으나 고용측면에서 기여도는 매우 미흡한 수준에 있다.

따라서 대기업들이 획득하는 부가가치에 걸맞게 이익을 분배하고 일자리 유지 및 확대에 기여하도록 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익의 일정비율을 의무적으로 설비에 투자하도록 하거나 해외생산기지 설치시 반드시 일정비율을 국내 생산설비 확대에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대기업들 수익 또는 막대한 사내유보금이 생산에 재투자되도록 함으로써 노동자와 중소기업에게도 이익이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정책이 요구된다.

향후 국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고용 감소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고, 경기불황 시 중소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중소기업의 도산과 이에 따른 실업사태 최소화를 위해서는 ‘원·하청 이윤공유제’와 ‘원가·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 등 고용 확대를 통해 국민경제 전체의 안정에 기여하는 고용 주도 산업전략이 요구된다.


규제완화로 제조업 고용위기 풀어 나가야
이상철 한국경총 사회정책본부장

▲ 이상철 한국경총 사회정책본부장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가 전년보다 5천명 감소했다. 제조업 부문에서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이다. 최근 수출 부진과 함께 본격화된 산업 구조조정 등이 제조업 취업자를 감소시킨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규제로 인한 기업 경영활동 제약이 제조업 고용위기를 초래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파견업종 제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고용형태공시제 등 수많은 고용관련 규제를 두고 있다. 이러한 강도 높은 규제는 우리 제조업의 유연한 인력 활용을 저해하는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생산방식 다양화와 기업 간 협업으로 무장한 외국 기업에 맞서 제대로 경쟁이 될 리 없다. 우리 기업이 규제에 둘러싸여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활용과 생산방식 다변화를 주저하는 사이, 국제적인 흐름에 크게 뒤처지며 원래 있던 일자리마저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독일은 아웃소싱 등 제조기업 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Industry 4.0 정책을 추진한 지 오래다. 우리도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최근의 제조업 고용위기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더욱이 올해 일자리 창출 규모는 지난해보다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 간 협력과 양보를 통해 다양한 근로형태 활용을 장려하고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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