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26대 임원선거에 출마한 기호 2번 김만재-이인상 후보조(왼쪽)와 기호 1번 김주영-이성경 후보조가 연설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한국노총

"노총 혁신 김주영, 정권교체 기호 1번, 사회개혁 이성경, 한국노총의 횃불이 되겠습니다!"

"개혁진보 단일후보 기호 2번 김만재·이인상,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양자 대결로 치러지는 한국노총 26대 임원선거의 막이 올랐다. 9일 오후 위원장·사무총장 후보 첫 합동연설회가 열린 경기도 수원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건물은 두 후보조 선거운동원들의 구호로 들썩였다. 합동연설회 장소인 3층 대강당 입구 양편으로 갈라선 기호 1번 김주영-이성경 후보조와 기호 2번 김만재-이인상 후보조 선거운동원들은 서로 질세라 자신들의 지지후보를 연호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날 처음 연단에 선 두 후보조 모두 "촛불민심을 받아 정권을 심판하고 친노동자 정권을 수립할 적임자"를 자처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 한국노총 임원들의 정계진출 내홍을 감안한 듯 두 후보조는 한목소리로 한국노총 임원의 임기 내 정계·공직 진출 금지, 각종 선거 불출마 선언을 공약했다. 비정규직 조직화 등으로 임기 안에 조합원 100만명(김주영 후보조) 혹은 150만명(김만재 후보조)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도 같았다. 공약 면에서는 두 후보조가 별다른 차이점을 보이지 않았다. 개혁을 표방했다는 점도 같았다. 기호 1번 김주영-이성경 후보조는 "조직통합을 이룰 적임자", 김만재-이인상 후보조는 "개혁진보 단일후보" 이미지를 내세웠다.

▲ 기호 2번 김만재 위원장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한국노총
▲ 기호 1번 김주영 위원장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한국노총

◇김만재-이인상 후보조 "답답해서 미치겠다. 정면돌파"=추첨에 따라 먼저 유세를 펼친 기호 2번 김만재-이인상 후보조는 "거침없는 정면돌파! 70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혁후보"를 슬로건으로 추진력·혁신·개혁 이미지를 선거인단에 어필했다.

김만재 위원장 후보는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사무총장 후보)과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진보·개혁진영이 분열하지 말라는 현장의 명령을 받들어 단일화를 해냈다"며 "이것이야말로 한국노총 민주개혁진영의 진정성"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전국에서 1천만명이 넘는 국민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세상을 바꾸자면서 촛불을 들었다"며 "한국노총 대표자 동지들과 선거인단이 횃불을 들고 당당한 한국노총, 조합원을 섬길 줄 아는 한국노총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한국노총은 임원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거쳐 가는 곳이 아니다"며 "각서를 받고 임기 중 정계진출과 공직진출을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해체도 요구했다. 그는 연단에서 노사정 합의 결과를 모아 놓은 책자를 꺼내 들고 "그동안 노사정위에서는 조합원 활동을 제약하는 타임오프제를 만들어 내는 등 노동자들을 팔아먹은 합의를 했다"며 "노사정위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책임감 있고, 실천이 담보되는 검증시스템을 만들어 가겠다"고 공약했다.

이인상 사무총장 후보는 "한국노총은 2009년 노조법 개악 합의, 2015년 9·15 노사정 합의로 권력과 자본에 굴복한 아픈 역사가 있다"며 "한국노총의 자존심을 바로 세우기 위해 개혁후보 단일화를 이뤘고, 김만재 위원장 후보가 개혁과 단결의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한국노총이 위기에 처한 건 공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개혁하겠다는 의지, 조합원에게 봉사하겠다는 신념, 권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소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한국노총의 미래를 위해 김만재-이인상 후보조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주영-이성경 후보조 "소통과 통합의 준비된 지도자"=기호 1번 김주영-이성경 후보조는 한국노총 혁신·정권교체·사회개혁을 3대 과제로 내세웠다. 한국노총이 진보와 보수로 갈라서지 않고 통합을 해야 개혁을 이뤄 낼 수 있다며, 25개 산별연맹과 16개 시·도 지역본부를 하나로 이끌 지도자라고 주장했다.

김주영 위원장 후보는 "우리 자식 세대에 부끄러운 역사를 되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노총이 바뀌어야 한다"며 "조직통합과 내부혁신으로 부패한 재벌정권을 끝장내고 친노동자 정권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외쳤다.

김 후보는 자신이 시대 변화에 맞는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전력민영화 정책을 막아 냈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아웃소싱된 업체에 노조를 만들었고, 4년 만에 공공노련을 5만 조직으로 확대했다"며 "현안 과제를 실천적으로 관철시키는 진짜 개혁을 해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한국노총 미래전략보고서 실천을 약속했다. 2011년에 만들어진 미래전략보고서에는 노동·복지 관련 17대 핵심과제와 미래전략 100대 과제가 담겨 있다. 그는 "임기 동안 미래전략보고서 과제를 하나씩 실천하면서 변화된 한국노총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며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스스로 개혁의 대상이 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또 "한국노총이 진보·보수 진영으로 나뉘고 정치적 선택 문제로 사분오열되면서 현장의 갈등은 한국노총의 갈등이 됐고, 투쟁도 협상도 할 수 없는 총연맹이 됐다"며 "한국노총을 하나로 만들라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받들어 조직통합을 이뤄 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성경 사무총장 후보는 "현장의 동지들은 편가르기, 정치놀음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구조조정·정리해고·위장도급·불법파견·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말로만 개혁하자는 집행부가 아니라 내 일자리를 지켜 주는 실력있는 집행부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소통과 통합으로 강한 노총, 새로운 노총을 만들겠다"며 "동지들의 가족을 지켜 내는 이성경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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