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물류수송업무와 선로 유지보수업무 외주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철도노조는 물류·유지보수업무 외주화는 분할 민영화의 ‘신호탄’이라며 반발했다.

사업부제 → 자회사 → 민간회사 수순?

코레일이 부산과 수도권을 잇는 물류의 핵심지인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의 물류수송업무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외주업체 선정을 마쳤고 다음달부터 외주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노조 서울지방본부(본부장 박종선)는 9일 오전 오봉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오봉역 물류업무 외주화는 분할 민영화의 신호탄”이라며 “노조와 논의 없이 밀실 추진한 외주화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본부는 이날 오후 오봉역 앞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코레일이 작성한 ‘오봉역 등 물류사업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외주 대상은 내근·외근수송 업무다. 코레일은 외주화시 연간 인건비 수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오봉역에서 일하는 인력은 74명인데, 53명을 외주화하고, 14명만 직접고용하는 식으로 설계해 7명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코레일은 올해 3월부터 오봉역 외에도 태백 철암역·제천 입석리역·부산신항역의 물류수송업무 외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를 물류수송부문 민영화 수순으로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노조 반대로 즉각적인 민영화가 어려우니 사업부제에서 자회사 형태로 전환한 뒤 그 다음 민간회사에 운영권을 넘기는 방안이 결과로 제출됐다”며 “현재 중간 단계인 자회사로 옮기는 방안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 물류기획처 관계자는 “기존 직원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역과 업무강도가 높은 역을 중심으로 외주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노조와 협의를 진행하겠지만 외주화는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2015년부터 오봉역을 외주화 대상으로 찍어 업무량이 많음에도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순환전보도 막았다”며 “오봉역을 기피 근무지로 만들려는 조직적인 사전작업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파업을 기회로, 밀실 우회 민영화 추진

최근 안산선의 선로 유지보수업무 외주화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코레일은 2011년 안산선 선로유지보수 외주화를 추진했다가 노조의 반대 투쟁으로 중단됐던 외주화를 다시 강행하는 것이다. 선로 유지보수업무는 안전업무로 안전의 외주화라는 우려가 크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발생한 KTX 충돌사고를 통해 외주인력이 안전과 소통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선로 보수업무가 외주화되면 본사 혹은 관제센터와 제대로 연락이 안 되거나 유사시 대처가 늦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9월 경주에서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해 KTX 열차가 연착됐다. 연착된 사실을 모르고 선로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직원 2명이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들에게 열차 연착 사실이 전달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다. 외주화가 확대되면 일하는 외주업체 직원과 승객들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 9월27일부터 12월9일까지 74일간 이어진 노조의 파업기간을 이용해 분할 민영화를 추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외주화는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할 사인인데, 파업을 핑계로 사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기간 동안 사측은 파업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다”며 “노사합의로 추진해야 할 사항을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추진했다”고 말했다.

코레일 내부자료인 ‘2017년 철도 경영정상화 방안’에는 지역본부 축소, 적자역·적자선 폐지, 수송업무 위탁, 화물열차 축소, 차량 경정비 위탁 등 외주화·사업축소 계획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코레일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해당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며 “밀실에서 구조조정과 우회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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