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의원 김아무개(55)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검찰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현장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주위에 고통을 호소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김씨는 채용비리 수사와 무관하다.

8일 지부에 따르면 김씨는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자필유서에 "검찰, 제발 이 시점에서 잘 마무리해 주십시오"라며 "신입사원들이 너무 힘들어합니다"라고 썼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5월부터 한국지엠 사측 관계자와 지부 전·현직 간부들이 하청업체 비정규직들로부터 정규직 채용을 청탁받은 의혹을 수사 중이다. 10여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인천지검은 최근 2012년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478명 전원을 수사 대상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11월28일부터 자수기간도 운영하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신규 입사자 478명 전체를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하는 것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이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누구 한 명이 검찰에 자그마한 의혹이라도 제기하면 곧바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서 불안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장 조합원들이 이 같은 압박감에 시달리자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서에서 대의원 선거구 조합원들에게 "난 24년 동안 대의원 활동을 하면서 조합원들에게 피해 주면서 살지 않았습니다"라며 "지금까지 저한테 도움 주신 분께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고 남긴 유서 내용 중에는 "현장 말말말, 정말로 짜증. 확실하지도 않은 유언비어 및 헛소문 제발 하지 마십시오"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한편 김씨는 지난 5일 오전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열보급장에서 목매 숨진 채로 동료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전날 야간근무 뒤 작업장에 혼자 남아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그의 겉옷 주머니에서 유서 두 장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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