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우리는 새해 첫날부터 한국철도공사가 법원을 통해 보낸 ‘죽으라’는 말을 받아 봤습니다. 우리는 이미 한 명의 친구를 떠나보냈습니다. 그 목숨값을 허투루 쓰지 않겠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한국철도공사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습니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장의 말이다. 해고된 KTX 승무원들에게 새해 벽두부터 8천640만원을 상환하라는 지급명령서가 날아들었다. 철도공사(코레일)가 대전지법을 통해 부당이득금 지급명령을 청구한 것이다.

노조는 지난 6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고 KTX 해고승무원들을 사지로 내모는 코레일을 규탄한다”며 “KTX 해고승무원들의 삶까지 파괴하는 코레일의 법원 지급명령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2004년 채용된 KTX 승무원들은 코레일이 2006년 KTX 승무업무를 KTX관광레저(현 코레일관광개발)로 편입시키자 코레일에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1·2심 재판부는 코레일과 승무원 간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지부 조합원 34명은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을 내고 코레일에서 4년간 임금을 받았다.

그런데 2015년 대법원이 1·2심 판결을 뒤집고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불인정했다. 승무원들은 복직은커녕 4년간 받은 임금 8천640만원을 반환할 상황에 처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소송에 참여한 승무원 한 명이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코레일은 4년간 임금을 받은 승무원들에게 지난해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반환을 청구했다. 코레일의 청구로 올해 초 대전지법이 보낸 지급명령서에는 “2016년 4월16일부터 지급명령 결정이 송달된 날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지연손해금을 내야 한다”며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채권자(코레일)의 신청에 의해 귀하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안내문구가 담겼다. 승무원들은 대전지법에 이의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강병원·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함께했다. 이재명 시장은 “10년 동안 정당한 싸움을 해 온 승무원들은 빚 폭탄이 아닌 복직통지서를 받아야 한다”며 “부당해고와 손해배상, 가압류로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악질적 사용자를 엄벌하고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코레일이 반환을 강제집행해 조합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을 자행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평화적 해결을 위해 코레일은 KTX승무지부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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