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기사인 박성진(33·가명)씨는 지난해부터 택배 일을 시작했다. 아침 7시에 터미널로 출발해 배송물품 분류작업을 4~5시간가량 한 뒤 오후 2시쯤 배송을 나선다. 하루 평균 280건의 배송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밤 11시를 넘는다. 혼자 사는 박씨는 15시간가량의 장시간 노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허겁지겁 끼니를 때운다. 편의점 햄버거나 라면이 주식이 됐다. 그리고 피곤에 절어 잠든다. 택배를 시작한 지 세 달도 안 돼 체중이 8킬로그램 줄었다. 박씨는 “비라도 오는 날이면 택배 물품을 젖지 않게 하려다 비를 쫄딱 맞는다”며 “일이 힘들어 이게 사는 건가 싶을 때가 많다”고 한숨 쉬었다.

매달 박씨의 통장에는 400만원가량의 택배 수수료가 입금된다. 차량유지비 같은 경비를 제하면 320만원 정도 남는다. 지난해 박씨는 매달 80만원가량을 저금했다. 월세를 내고, 부모님 용돈도 적지 않게 드렸다. 식비와 술값으로 매달 70만원 정도 썼다. 새벽같이 나가 밤 늦게 들어오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밥값과 담뱃값만 쓴다. 박씨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택배기사 74.4% 주당 70시간 이상 근무

택배 노동자들이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노조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참했다. 노조 이름은 택배연대노조다. 8일 출범한다. 지난해 4월 CJ대한통운택배기사권리찾기모임을 발족해 활동하던 이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서비스연맹에 가입한다.

택배 일은 중노동이다. 주택가의 좁은 길을 굽이굽이 운전해 고객 문 앞까지 상품을 배달해야 한다. 고객의 집에 아무도 없는 경우 물품을 어디에 둘지를 두고 승강이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는 노동계의 오랜 과제였다.

택배연대노조 준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78명의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4.4%(204명)의 응답자가 한 주 70시간 이상 근무했다. 90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7.6%(49명)였다. 택배기사들은 CJ대한통운 같은 종합물류기업과 계약을 맺은 대리점과 1년 단위로 계약한다.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물류회사에 매여 있는 몸이다. 이런 고용형태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부른다.

“택배기사 처우 바꾸겠다”

CJ대한통운이 대리점에 지급하는 택배 수수료는 건당 820원이다. 영업소는 수수료에서 최소 5%에서 최대 20%를 뗀 뒤 택배기사들에게 지급한다. 택배기사들은 배송 한 건 할 때마다 최대 780원을 받는다. 장시간 노동을 해야 생계가 유지된다. 게다가 하루 평균 3~6시간은 배송 전에 택배 물품 분류작업을 해야 한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은 물론 택배기사라면 누구라도 가입할 수 있게 문호를 개방했다. 전국대리운전노조처럼 노조를 운영할 계획이다. 조직력을 확대한 다음 물류업체에 교섭을 요구하고,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노조는 △택배 수수료 인상 △택배 분류작업 체계 개선을 통한 노동시간단축 △노동관련 법·제도 개선 투쟁에도 나선다.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준비위원장은 “주 6일 근무하고, 하루 평균 13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며 “CJ대한통운은 노조에 가입하려는 택배기사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택배기사에 대한 업체의 갑질을 근절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물품 분류작업은 택배 배송과정의 일부에 해당돼 추가 수수료를 지급할 수 없다”며 “분류작업이 빨리 끝나길 바라지만 물량이 몰리는 날에는 어쩔 수 없어 (준비위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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