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집배노조

최근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들의 이륜차에 블랙박스와 GPS를 시범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도한 노동 감시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본부는 지난달 말 전국 집배 이륜차 700대에 블랙박스와 GPS를 보급했다. 사고시 정확한 대응을 위해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 이륜차 1만4천500여대 가운데 20% 수준인 2천800여대에 시범 보급할 방침이다.

“일상적 감시로 이어질 것”

전국집배노조(위원장 최승묵)는 블랙박스와 GPS가 사생활 침해와 과도한 노동감시에 악용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보급된 블랙박스 사용 설명서에 따르면 △운행관리 △운행이력 △운행분석 내용을 관리자가 전용서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원격(무선)으로 기기 설정과 기능을 변경할 수 있고, 이동체의 주행영상 녹화, 주행·주차 충격영상은 LTE를 통해 실시간으로 서버로 전송하는 기능이 있다고 표기돼 있다.

노조는 “사용설명서 내용 자체가 노동인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며 “애초 교통사고 분쟁해소라는 취지를 왜곡해 일상적인 감시로 집배원의 사생활 침해와 과도한 노동 감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이날 우정사업본부에 이륜차 블랙박스·GPS 장착 관련 자료와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노조는 “집배원 배달현장의 감시·인권침해 문제와 블랙박스가 설치된 사이드 미러의 흔들림으로 집배노동자들의 인권·안전문제가 심각하다”며 “어떤 방식이든 영상전송과 GPS설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집배 이륜차에 설치된 블랙박스 규격 및 업체 △블랙박스 영상전송 및 백업 저장경로 △기기 설치시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거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를 질의했다.

블랙박스 영상 활용 제한해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보급한 GPS 기능을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현재 집배원들이 운행일지를 매일 작성하는데 GPS를 활용하면 운행기록이 자동 생성돼 업무가 경감될 수 있다”며 “고객이 우편물을 언제 받아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어 고객과 상호교감하는 서비스도 가능한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인권침해 논란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블랙박스와 GPS를 따로 관제할 인력도 없다”며 “앞으로도 관제할 모니터를 설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블랙박스 영상은 사고시에만 볼 수 있도록 하고 영상 저장 일수도 최소화하는 규정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비 설치 위치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블랙박스와 GPS 장치는 이륜차 양쪽 사이드미러 아래 기둥에 설치됐다.<사진참조> 충북지역에서 20년 동안 집배업무를 한 박정근(45·가명)씨는 “GPS 설비는 직원을 감시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어 대다수의 집배원들이 굉장히 불쾌해한다”며 “블랙박스는 사고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필요하지만 현재 설치장소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아무리 운전을 잘하는 집배원도 장마철이나 동절기에는 몇 번씩 넘어지는 사고가 난다”며 “오토바이가 넘어지면 가장 먼저 부러지는 게 사이드미러”라고 설명했다. 설치 위치를 결정할 때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우정사업본부는 “1년간 시범 운영을 통해 순기능과 역기능을 파악한 이후에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분기별 시범운영 결과를 반영해 연말까지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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