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최근 각 지방노동관서에 일부 사업장의 단체협약 시정명령 의결요청을 취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 삼은 조항을 개정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단협을 새로 맺은 사업장은 시정명령 처분 대상(이전 단협) 자체가 없어졌으니, 의결 요청을 취하하라는 것이다.

4일 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5일로 예정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동원금속·TBC 단협 시정명령 의결요청 심의가 취소됐다. 요청자인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 3일 두 사건을 모두 취하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대구지부 동원금속지회와 언론노조 TBC지부는 이날 대구지방노동청에서 사건 종결처리 공문을 받았다.

대구노동청이 취하한 것은 노동부의 조치 때문이다.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어제(3일) 노동부에서 유효기간이 끝난 단협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의결요청을 취하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며 "나중에 바뀐 것(단협)으로 다시 (의결 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노동청은 동원금속·TBC 단협의 우선특별채용 조항 등을 문제 삼아 지난해 11월14일 경북지노위에 의결요청을 했다. 그런데 TBC 노사는 같은달 22일, 동원금속은 지난달 23일 단협을 체결했다. 새로운 단협이 체결되면 행정관청이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한 단협 효력은 사라지게 된다.

그동안 노동부는 "교섭 중이거나 단협이 새로 체결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의결요청을 할 이유가 없다"는 노동계의 이의제기를 모르쇠로 일관했다. '묻지마 식 시정명령 의결요청' 지시에 애꿎은 행정력만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제는 이런 사업장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게이츠·갑을메탈은 지난달 23일, 삼원강재는 지난해 10월26일 각각 단협을 체결했다. 아이티더블유오토모티브코리아·이래오토모티브·대동공업은 현재 2016년 단체협약을 맺는 교섭을 하고 있다. 줄취하가 예상되는 이유다.

박현희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노동부가 각 사업장 노사 교섭 진행 현황 파악만 제대로 했어도 시정명령 의결요청이나 취하를 하느라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가 단협 자율개선 권고를 할 때는 단협 유효기간이 안 끝났을 때"라며 "단협 시정명령 의결요청이 지노위에 계류된 상태에서 단협이 체결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관서에서 단협 유효기간을 살펴보고 신청을 했어야 했다"며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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