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정우달 기자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옛 한국델파이)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다. 이래오토모티브가 대구 달성군에 있는 공조공장과 압축공장을 분할한 뒤 공조공장을 중국 상하이자동차 냉방장치 생산업체인 SDAAC(Shanghai Delphi Automotive Air Conditioning)와 합작해 법인을 설립하기로 계획하면서다. 노동자들은 이를 “분할합작” 또는 “분할매각”이라고 불렀다.

이기수(55·사진) 금속노조 이래오토모티브지회장은 “분할매각이 노동자들의 장기적인 고용불안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할매각이 아니라 설비투자와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회에 따르면 회사가 공장 분할매각을 추진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지엠의 압력’ 때문이다. 지엠이 이래오토모티브에 SDAAC와 올해 합작하지 않으면 수주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래오토모티브는 한국지엠 의존도가 높다. 물량의 70%를 한국지엠에 납품한다. 이래오토모티브 매출액은 2013년 1조2천3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고 있다. 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1조617억원 매출에 당기순이익 14억원을 기록했다.

“경영실패, 매각으로 극복할 수 없어”

지회는 매출 하락 원인으로 지엠의 한국생산 감소에 따른 한국지엠의 생산대수 감소를 꼽으면서도 "경영 실패 탓도 크다"고 주장했다. 그중 해외자회사 수익 악화가 매출에 독이 됐다. 지난해 러시아법인에서 초기투자비용이 발생하고 예상 생산계획보다 생산량이 50% 이상 감소하면서 적자규모가 커졌다. 중국법인도 손해를 봤다. 올해 자회사에서만 100억원 넘는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노동뉴스>가 29일 대구 달성군 이래오토모티브지회 사무실에서 이기수 지회장을 만나 합작회사 설립과 관련한 경과를 들었다. 이 지회장은 매일 ‘분할매각 결사반대, 생존권 사수, 고용안정 쟁취’ 문구로 덮인 몸벽보를 하고 조합원 교육과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특별단체교섭을 병행하고, 파업도 준비 중이다.


- 이래오토모티브를 소개해 달라.

“이래오토모티브 전신은 1984년 ㈜대우와 지엠의 합작으로 설립한 대우자동차부품이다. 대우자동차부품은 89년 10월 대우HMS를 통합해 대우기전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꿨다. 97년 외환위기 때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대우자동차가 부도를 맞은 후 2000년 1월 한국델파이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1년 대우차청산법인이 가지고 있던 국내 지분을 이래cs(회장 김용중)가 인수했다. 지난해 9월 델파이가 공조사업을 매각할 때 지분 50%를 김용중 회장이 사들이면서 그해 11월 지금의 이래오토모티브가 됐다.”


- 분할매각에 반대하고 있는데. 매각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이래오토모티브는 대우그룹과 지엠의 합작회사다. 대우자동차에 생산품 전량을 납품했다. 대우차 부도 이후 지금까지 사업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현재도 한국지엠 매출 비중이 70% 정도다. 한국지엠의 절대적인 영향력하에 놓여 있다. 한국지엠 사업철수로 인해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엠의 글로벌소싱으로 인해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수주 탓에 회사 손익구조가 악화하고 있다. 올해 8월께 지엠의 글로벌소싱에서 트랙스 후속모델(9BUX CRFM)을 SDAAC와 공동으로 수주하기로 확정했다.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는 10월18일 경영상황과 SDAAC 합작 관련 내용을 지부에 먼저 설명하고, 이후 전체 직원을 상대로 설명회를 했다. 지엠이 수주조건으로 이래오토모티브와 SDAAC의 합작을 요구하고, 올해 말까지 합작하지 않으면 수주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회사는 SDAAC가 공조사업만을 영위하는 기업인 만큼 전체 합작은 내부 사정으로 불가하고, 공조사업 합작만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뒤 회사는 공조사업부를 분할해서 SDAAC와 신설합작법인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지분인수 과정에서 유입된 사모펀드 분할매각 종용”

- 노조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지회는 10월18일 공조사업부 분할설명회에서 회사에 분할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용중 회장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같은 내용의 지회 입장을 전달했다. 지회는 조직체계를 분할매각반대투쟁위원회로 전환하고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금속노조 대구지부와 함께 출근선전전을 비롯한 분할매각 반대투쟁을 하고 있다. 지회는 김용중 회장의 이래cs가 2011년 한국델파이 국내 지분을 인수할 당시 합의서와 단체협약에 근거해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회사는 처음에는 경영권에 해당하는 사항이라며 교섭을 해태하다 최근 특별단체교섭을 받아들였다.”


- 분할매각은 어떤 문제가 있나.

“회사는 SDAAC와 합작만이 지금의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해 회사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사업부별로 핵심과 비핵심으로 분류해 노동자들을 내쳤다. 그로부터 불과 1년이 지났는데 회사는 분할매각을 주장하면서,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니 회사 경영전략을 신뢰할 수 있겠나. 회사는 지난해 12월 비전선포식에서 2020년 수주 4조원,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합작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분할을 주장하는 원인은 지난해 델파이 지분인수 과정에서 사모펀드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사모펀드 특성상 수익성을 높이려고 공조사업부 분할매각을 시작으로 수익구조가 취약한 사업부를 매각하려 할 것이다.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는 외면한 채 단기수익에만 집중할 것이고,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구조조정 위협에 시달릴 게 뻔하다.”

“매각은 고용 불안하게 만들고 경쟁력 낮추는 결정”

- 앞으로 투쟁계획은.

“지회는 내부적으로 특별단체교섭과 김용중 회장 면담에서 잘못된 판단을 막을 계획이다. 주주들에게도 분할매각에 반대하는 지회의 입장을 알릴 것이다. 소송도 한다. 금속노조 법률원과 함께 구체적인 법적대응을 준비하는 단계다. 금속노조와 협의해 2017년 단체교섭을 조기에 진행하고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해 투쟁에 나설 것이다. 지난 28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투쟁을 위해 특별조합비를 내기로 결정했다. 조합원들의 의지가 매우 높다.”


- 분할매각 반대투쟁의 의미는 무엇인가.

“회사 경쟁력은 자본력과 기술력, 그리고 규모가 좌우한다. 이래오토모티브의 경쟁력은 공장을 분할매각해서는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생존을 위한 설비투자를 하고, 기술력과 생산력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자동차부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회사가 분할매각을 강행한다면 노사관계는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회는 파업을 비롯한 강력한 투쟁으로 분할매각을 저지할 것이다. 회사가 분할매각을 철회하고 노사 간 상생의 길을 모색한다면 모든 구성원의 고용안정과 비전, 신명 나는 일자리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논의와 협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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