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북구·동작구가 위탁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가 계약만료로 내년 1월부터 2개월가량 휴업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신보건전문요원 20여명이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이들 자치구는 위탁운영 방식을 보건소 직영 방식으로 변경할 계획인데, 전문요원들의 고용승계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센터가 관리하던 수백여명의 중증 정신질환자들 보호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29일 <매일노동뉴스>가 강북·동작·성북·성동·용산·서초구 정신건강증진센터의 2017년 운영계획을 살펴보니 강북·동작을 제외한 4곳 센터가 내년부터 직영으로 전환된다. 전문요원들은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으로 채용된다. 시간제로 전환되면서 근로조건도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직영전환을 앞둔 센터에 공문을 보내 휴업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근로조건이 유지되도록 요청했다.

노동자들, 마이너스통장까지 만들다

강북구건강증진센터에서 전문요원으로 일하는 김현철(가명)씨는 최근 마이너스통장을 알아보고 있다. 당장 월세도 내야 하고, 생활비도 필요하다. 수년 동안 전문요원으로 일했지만 이런 처지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사건은 지난 21일 일어낫다. 보건소 관계자가 오더니 센터가 휴업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김씨는 “(보건소) 과장님이 와서 전문요원들은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실업기간 동안) 자원봉사라도 와서 하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 얘기는 나중에 취소했지만 우리의 생계가 달린 일인데 어떻게 자원봉사 얘기를 꺼낼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를 비롯해 강북구센터에서 근무하는 10여명이 31일부로 계약해지된다. 강북구는 센터가 정상운영될 때까지 보건소 직원 일부를 투입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보건소 직원은 정신질환자를 돌본 경험이 없어 전문성이 떨어진다. 투입된 보건소 직원이 전화를 받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작구정신건강증진센터는 직영으로 전환된다는 사실만 밝힐 뿐 12명의 전문요원을 고용승계할지 여부를 알려 주지 않았다. 센터 관계자는 실업급여를 신청하라고 전문요원에게 전달했다. 31일로 해고자 된다는 뜻이다. 김성우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장은 “동작센터는 빠른 시일 안에 채용하겠다는 입장만 밝혀 일정기간 실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안정 요구했더니 1년짜리 시간제공무원으로

전문요원들은 지난 10월 지부 파업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자치구가 불이익을 주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김현철씨는 "센터 전문요원들 전원이 파업에 참여했는데 강북센터가 휴업을 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 아닌지 의심된다"며 "직영으로 전환됐을 때도 파업 이력 때문에 고용승계가 안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정신보건지부는 파업을 철회한 지 35일 만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하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부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고용안정을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으자 지난달 50일간 계속했던 파업을 중단했다.

다른 자치구 전문요원들도 안정된 고용을 약속받은 것은 아니다. 서초구는 1월1일 전문요원을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으로 채용했다. 용산구정신건강증진센터는 1개월 동안 단기계약한 뒤 2월8일부터 시간제로 전문요원을 채용한다. 성북구와 성동구는 위탁계약을 3개월 연장했다. 성동구는 이후 직영으로 전환해 시간제공무원으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자치구 직영 전문요원은 주 35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임금체계가 설계됐다. 임금하락을 피할 수 없다. 지부는 팀장급 전문요원은 연봉 1천만원가량이 줄고, 일반 전문요원들은 400만~500만원이 깎일 것으로 내다봤다.

계약기간은 1년이다. 한 전문요원은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처우가 나빠진다"며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팀장급 전문요원인 김성희(가명)씨는 “자치구 직영을 원한 적도 없는데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연봉이 1천만원 줄었다”며 “일을 할수록 처우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보건소 관계자는 “전문요원들이 일반직 공무원 정원을 받을 수 없어 시간제로 채용했다”며 “최대한 이전 연봉을 맞춰주려고 했지만 임금이 어느 정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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