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여성노조 9호선지부는 28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9호선 개화역 메인트란스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민주여성노조 9호선지부
서울지하철 9호선 역사와 전동차·건물을 청소하는 노동자 14명이 내년 1월1일부터 직장을 잃게 됐다. 계약만료에 따른 용역업체 변경이 주된 이유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노조탄압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해고된 노동자 14명 중 12명이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다.

28일 민주여성노조 9호선지부(지부장 강선규)에 따르면 9호선 김포공항·개화역사와 전동차·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용역업체 에프엠텍이 원청인 메인트란스와 맺은 계약이 31일 해지된다. 메인트란스는 9호선 공항시장역에서 신논현역까지 청소업무를 하는 ㈜영가와 신규계약을 체결했다. 영가는 신규채용 공고를 내고 기존 에프엠텍 청소노동자들을 재고용했다.

그런데 에프엠텍 소속 48명 중 개인사유로 채용공고에 응하지 않은 사람을 제외한 14명이 고용승계를 거부당했다. 그중 12명이 지부 간부와 조합원이다. 2명은 에프엠텍 기업노조 조합원이다. 고용승계를 거부당한 강선규 지부장은 “노조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노동자들이 고용승계 거부를 노조탄압으로 보는 이유는 회사가 12명의 조합원을 해고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에프엠텍 소속 청소노동자 19명은 지난해 11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올해 5월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그러자 차량청소 담당자를 중심으로 기업노조가 만들어졌다. 차량청소 직원 16명 중 민주노총 조합원 2명을 제외한 14명이 기업노조에 가입했다. 강 지부장은 “회사측이 노조 결성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기업노조는 숫자를 불려 곧 과반수노조가 됐다.

계약해지 직전 회사와 노조는 정년퇴직자 재고용 문제를 두고 맞부딪혔다. 지난달 말 회사가 올해 정년퇴직을 맞은 이아무개 반장의 촉탁직 재고용을 거부하면서다. 6명의 정년퇴직자 중 이 반장만 재고용을 거부당했다. 지부는 이 반장에 대해 "지난해 노동조합을 처음 결성한 사람으로, 회사에는 눈엣가시였다"고 설명했다.

지부는 원청인 메인트란스에 에프엠텍과 맺은 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원청은 이달 중순 영가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 뒤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지부에 타격을 입혔다.

노조는 에프엠텍과의 갈등이 고용승계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강 지부장은 “영가에는 기업노조 조합원만 있다”며 “회사가 지부를 없애려고 조합원들을 해고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9호선지부는 28일부터 9호선 개화역 메인트란스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매일노동뉴스>는 노조 주장과 관련해 회사쪽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회사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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