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LCD사업부 등에서 근무한 뒤 뇌종양이나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거나 투병 중인 노동자 5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사망자 두 명 중 한 명은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같은 생산라인에 근무했다.

27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산재신청자들은 1999년부터 2015년 사이 △반도체 △LCD △PDP △PCB 생산라인에서 근무했다. 김아무개(42)씨는 1994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했다. 공장 2라인과 3라인 디퓨전 공정에서 오퍼레이터(생산직) 업무를 했던 그는 2015년 2월 퇴사했다. 같은해 6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난 7월14일 사망했다. 기흥공장 3라인에서 발생한 세 번째 백혈병 사망자다.

기흥공장 2·3라인에서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은 법원에서 잇따라 산재를 인정받았다. 산재를 인정받은 황유미씨는 김씨와 같은 라인에서 근무했다. 2라인에서 근무하다 2009년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김경미씨도 산재가 승인됐다. 반올림은 “법원은 2라인과 3라인에서 사망한 산재신청자들이 벤젠·포름알데히드·전리방사선 등 발암물질에 노출됐고, 야간노동을 한 것을 업무상질병의 원인이라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LCD사업부 천안·아산공장 엔지니어인 김아무개(48)씨는 지난해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김씨는 99년 입사했다. LCD모니터 생산을 위해 감광·습식식각 공정의 설비를 조작하는 업무를 했다. 그는 2013년 중국 쑤저우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쓰러졌다. 같은해 뇌종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사망했다.

삼성SDI 천안공장에서 근무한 신아무개(35)씨는 현재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투병 중이다. 그는 오퍼레이터로 8년 동안 근무했다. 김아무개(36)씨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근무했다. 2004년 퇴직한 김씨는 2014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삼성전자 구미공장과 수원공장에서 일한 위아무개(51)씨는 2015년 난소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현재 반올림을 통해 산재를 신청한 84명 중 13명이 공단과 법원을 통해 산재로 인정됐다.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직업성 암 피해가 심각하다”며 “삼성은 화학물질과 작업환경 정보를 영업비밀로 취급해 비공개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연구조사와 대책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습식식각]
반도체나 LCD 제조공정 중 회로패턴을 형성하기 위해 필요 없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공정이다. 화학물질을 사용해 공정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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