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사 사망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붙여둔 메모지와 국화가 가득하다. 정기훈 기자

 

올해 5월28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19세 청년 하청노동자 김아무개군이 역으로 진입하던 전동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2013년 1월 성수역과 지난해 8월 강남역에 이은 세 번째 사고였다. 지난 두 번의 사고 이후 나온 재발방지 대책이 지켜지지 않은 탓에 세 번째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숨진 김군은 올해 2월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다. 그의 공구가방에서 먹지 못한 컵라면과 수저가 나와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지점인 강변 방면 승강장 9-4 스크린도어에 매일 수백 장의 추모 포스트잇이 붙었다.

경영효율과 비용절감을 앞세운 ‘안전업무 외주화’가 이들의 목숨을 앗아 간 주범으로 지목됐다. 서울시·전문가·시민단체·노조로 구성된 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은 “구의역 사고는 안전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비용절감 대상으로 삼은 공공부문 경영효율화 정책의 결과”라며 “공공부문 경영효율화 정책과 연관된 최저가낙찰제 운영과 심각한 부실시공, 안전 관련 비용 절감과 인력감축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6월16일 구의역 사고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안전 분야 외주화를 전면 중단하고 서울메트로가 하청업체에 위탁한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전동차 경정비 △차량기지 구내운전 △특수카(모터카·철도장비) 운영 △역사운영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업무를 포함한 4개 업무를 9~10월 직영으로 전환했다. 차량기지 구내 운전업무는 다음달 1일 직영화한다.

일부 안전업무가 직영으로 전환됐지만 정규직이 아닌 안전업무직이라는 별도 신설 무기계약직 직군이 해당 업무에 배치됐다.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은 이달 20일 2차 시민발표회에서 “서울시가 외주업체를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내놓은 무기계약직 고용은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하고 협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할 것”이라며 “차별 없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원칙을 세우고 서울시와 두 공사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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