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바람 새겨 하늘에 띄우려던 노란색 풍선이 바닥에 뒹군다. 그 자리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어 비좁았던 광장 앞. 촛불이며 스마트폰 불빛 일렁거리며 도도히 흐르던 거리. 검은머리부터 파 뿌리까지, 노조 조끼부터 겨울왕국 공주 드레스까지 누구나가 외쳤던 구호가 저기 풍선에 선명하다. 한데 모여 막힘없이 흐르고 또 넘쳐 이제는 민주와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난 그 바닥에 최루액이 한때 넘실댔다. 그 앞으로 빈틈없이 보가 높았다. 벼락처럼 내리꽂히던 물줄기에 맞아 바닥을 뒹굴던 사람들이 대통령 퇴진구호를 외쳤다. 눈 매워 울었다. 누군가는 거기 맞아 죽었는데, 죄 물을 자가 없었다. 불법시위 딱지가 남았다. 노동조합총연맹의 위원장은 일반교통방해 등의 죄로 감옥에 갇혔다. 노동개악이 진행형이다. 대통령은 물러나지 않았고, 부역자가 건재하다. 청문회 나온 증인들은 기억을 못했고, 몰랐고, 그저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니 송구영신 갈 길이 아직은 멀다. 적폐가 언젠가의 차벽처럼 높다. 노란색 점퍼 입은 엄마·아빠가 오늘 또 구명조끼를 입고 진상규명 먼 길을 걷는다. 대통령 퇴진과 재벌 구속과 7시간 규명 따위 한때 불경했던 구호가 어느새 캐럴 반주에 녹아들어 흥겨운데, 자꾸 눈이 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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