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첫 타깃을 삼성으로 정한 듯하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첫날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를 압수수색하며 삼성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최순실씨-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뇌물죄 성립이 관건이다. 종착지는 청와대다.

특검팀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빌딩 18층에서 현판식을 열었다. 수사는 광폭으로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판식이 진행되던 시각, 특검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와 보건복지부에 특검 수사팀이 들이닥쳤다.

이날 특검은 기금운용본부 정책과·재정과 및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실 등 기관 관련자와 개인 주거지를 포함한 10여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무릅쓰고 합병에 찬성했는데, 삼성의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합병 한 달 뒤, 삼성은 최순실씨 소유 코레스포츠와 220억원의 계약을 맺고 그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활동을 지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는 204억원을 후원했다. 삼성이 최씨 일가에 제공한 지원이 합병 성사를 위한 뇌물인지, 그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은 없었는지 등이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이날 이뤄진 압수수색과 관련해 "최씨의 삼성에 대한 제3자 뇌물공여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대가 관계 및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배임 증거를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수사 준비기간 동안 제3의 장소에서 관련자들을 사전 접촉했다. 조사대상자는 장충기(62)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박상진(63)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이다. 특검이 삼성을 정조준한 이상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과 이재용 부회장 소환 조사도 멀지 않아 보인다.

특검팀은 이 밖에 정유라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에 착수했다. 독일 검찰에 수사 공조도 요청하다는 방침이다.

이 특검보는 "특검법 수사 대상을 보면 최씨 일가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도 포함돼 있다"며 "정황증거 수집 차원에서 재산형성 과정 의혹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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