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식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대상판결 : 헌법재판소 2016.11.24 선고 2015헌마1191, 2016헌마231(병합)

1. 사실관계

가. 1995년 근무성적이 특히 우수한 공무원들에게 특별상여수당을 지급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공무원들에 대해 그 성과를 관리하는 제도가 신설되기 시작했다. 특별상여수당제도는 1998년 12월31일 대통령령이 개정되면서 폐지되고 ‘성과상여금’제도가 신설됐다.

나. 성과상여금제도는 지방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급 대상 공무원을 S·A·B·C와 같이 4개의 등급으로 분류한 후 성과상여금이라는 명목으로 S등급에게는 지급기준액의 172.5% 이상을, A는 125%를, B는 85% 이하를 지급했다. C등급에게는 성과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 이런 분류와 지급기준은 성과급심사위원회가 지방공무원들의 근무성적, 업무실적 등을 심사해 결정된다.

다. 지방공무원들은 이와 같이 운용되는 성과상여금에 대해 부서와 담당업무 등이 모두 자치단체장에 의해 결정되고, 성과 중심의 조직 목표가 아닌 공익 실현이라는 협업을 목적으로 하는 공무원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봤다. 성과상여금은 부서 내에서 과다한 경쟁을 유발해 협업체계를 파괴시키며 업무와 관련해 성과평가자에 대해 비판적 의견제시를 불가능하게 하고 평가자에 대한 인격적 종속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발생시킨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공무원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지급받은 성과상여금을 거둬 이를 평등하게 재분배해 왔다.

라. 2008년 초과근무수당을 부당하게 지급받은 사례가 문제가 되면서 같은해 12월31일 지방공무원법이 개정되며 “보수를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수령한 경우에는 수령한 금액의 2배 범위에서 가산해 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그런데 2015년 9월25일 대통령령인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지방공무원 조항)을 개정하면서 ‘지방공무원들이 지급받은 성과상여금을 다시 재분배하는 행위’를 ‘보수를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수인 성과상여금을 지급받는 행위로 간주해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마. 이에 지방공무원들이 위 개정된 대통령령에 대해 재산권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에 대한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국가공무원 및 법원공무원의 경우도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이미 지방공무원들과 같은 취지의 제도가 2015년 5월과 2월에 시행됐기에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각하됐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가. 성과상여금을 재분배하는 행위는 정상적 평가에 따를 경우 성과상여금을 받지 않아야 할 사람이 성과상여금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성과상여금을 받아야 할 사람도 실제 성과보다 많거나 적은 상여금을 받도록 해 성과상여금제도가 도입 취지에 따라 운용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보수를 부정한 방법으로 수령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지방공무원 조항은 법률의 위임범위 안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보수를 지급받는 경우를 구체화해 성과상여금 재분배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는 것을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 따라서 지방공무원 조항은 법률의 위임에 따라 그 범위 안에서 규정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성과상여금제도는 성과 위주 인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공무원조직을 만들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업무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을 통해 호봉과 연공서열이 주였던 보수체계 및 그 조직문화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방공무원 조항은 이러한 성과상여금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할 목적으로 성과상여금을 균등하게 재분배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성과상여금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다.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지방공무원 조항이 금지하는 성과상여금 재분배 행위는 성과상여금제도의 도입 취지와 지방공무원 조항의 입법목적을 훼손할 의도를 가지고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 상여금을 다시 균등하게 배분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성과상여금 재분배 행위를 금지하지 아니하면 성과상여금제도는 유명무실하게 된다. 성과상여금제도가 그 도입 취지에 맞게 정착되고 운영되기 위해서는 재분배 행위를 금지하는 이외에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려우므로,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된다.

다. 지방공무원 조항이 금지하는 성과상여금 재분배 행위는 성과상여금제도의 도입 취지를 훼손할 의도로 성과상여금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행위를 말한다. 성과상여금을 재분배하는 행위는 직무성과에 대한 평가기준이나 성과상여금 지급기준 등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그런데 공정한 평가와 객관적 지급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공무원 성과상여금제도는 지급기관의 자율성을 존중해 구체적 합리성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개선돼 왔다. 성과상여금제도에 불완전하고 불합리한 점이 존재한다면 이를 개선해야 하고, 도저히 개선이 안 되는 것이라면 제도 자체의 존폐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성과상여금의 사후 재분배를 허용해 지방공무원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지방공무원 조항의 입법목적을 살릴 수 있는 다른 적절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 성과상여금 지급 이후의 재분배 행위라는 사후 처분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업무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을 통해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공무원조직을 구축한다는 성과상여금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조항은 침해 최소성에 반하지 않는다.

라. 성과상여금을 재분배하는 행위를 금지해 성과상여금제도의 취지가 달성된다면 성과 위주 인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공무원조직을 만들 수 있으므로 그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반면 지급받은 성과상여금을 공무원들이 재분배해 얻는 사익은 이러한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지방공무원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지 않는다.

3. 평석

가. 이 헌법소원은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이 주도한 사건(2015헌마1191)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주도한 사건(2016헌마231)이 병합돼 결정됐다. 이 결정문에서 헌법재판소는 사기업에 종사하며 사적인 근로계약에 따라 임금을 받는 일반인과 공무를 수행하고 법률에 정한 보수를 받는 공무원을 분리하고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한다. 대통령령으로 지방공무원들의 성과상여금 재분배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재산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되지만 그 제한이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 최소 침해성, 법익의 균형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재판관 전원 일치의 판단을 했다.

나. 이 결정은 지방공무원에 대한 성과상여금제도가 ‘성과 위주 인사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공무원조직을 만들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이념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을 전제할 때에만 재분배 행위에 대한 제한이 긍정될 수 있다. 이 사건은 성과상여금제도 자체에 대한 위헌성 여부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과상여금제도가 직업공무원제도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우리나라 공무원제도에서 예외적이고, 보완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지적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다시금 던져져야 할 질문이 있다. 공무원들이 만들어 낼 성과가 무엇이고, 그 성과를 내기 위해 공무원들이 어떻게 경쟁해야 한다는 것인가? 누구를 위한 성과와 경쟁이 될 것인가? 공공성이 권력자의 사적 이익을 위하거나 지배될 때 이것을 방지하고 저항하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공무원제도다. 성과상여금제도는 피평가자가 평가자에게 인격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게 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성과 위주 인사체계를 구축’하고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공무원조직’을 만든다는 명분이 오히려 성과급의 차이를 통해 공무원들의 동기를 부여하기 보다는 ‘성과’ 측정의 주관성과 불공정성으로 말미암아 공익을 실현하는 공무원 조직문화를 황폐화시키는 도구로 기능하는 경험적 연구와도 배치된다.

다. 성과상여금의 지급 기준과 평가가 불완전하고 불합리한 사태에 직면할 수 있는 점을 헌법재판소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사태는 개선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이지, 저항해 무력화할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념적인 차원에서만 판단하는 것으로 족하고, 결국 성과상여금제도가 운영되면서 발생하는 실제 문제들은 행정적 및 사법적인 분쟁해결수단에 의해 구체적 합리성을 구비할 수 있게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공무원들의 성과상여금 재분배를 통한 경쟁의 배제와 협업, C등급과 S등급 같은 성과 평가와 차등적 조치에 대한 저항은 이제 ‘구체적 합리성’의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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