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다친 후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장순욱)는 19일 "나무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쳐 고생하다 자살한 추아무개씨의 유족이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던 추씨는 2014년 10월 모과나무 열매를 따다 2미터 아래 바닥에 떨어져 척추를 크게 다쳤다. 사고 후 항문과 사타구니에 통증을 느끼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차고 생활했다. 병원에서 통증이 심해질 수 있고 평생 대소변 주머니를 달고 살아야 한다는 답변을 들은 뒤 우울증세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5월 재활치료를 받던 병원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같은해 12월 추씨 사망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재해 인정기준에 따라 추씨의 죽음이 산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산재보험법(37조2항)은 자살을 업무상재해로 보지 않지만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발생했을 때에는 인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재판부는 "추씨가 정신과 진료를 받지 않았지만 주변에 자주 '죽고 싶다'는 말을 하고 수면장애를 겪으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며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절망감과 무기력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등 정신적 억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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