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노조는 15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서울 본사 앞에서 인권선언식을 갖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보장을 촉구했다. 이은영 기자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위험한 근무환경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경북 경산의 한 편의점 노동자가 "봉투값을 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나면서다. 실제 알바노동자의 68%가 손님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알바노조(위원장 박정훈)는 15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서울 강남 본사 앞에서 인권선언식을 갖고 사망한 알바노동자의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했다. 노조는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고 외쳤다. 지난 14일 경산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알바노동자(35)가 숙취해소 음료를 사러 온 조아무개(51)씨에게 봉투값을 요구했다가 조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편의점 알바노동자들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며 “누구든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GS25에서 일한다는 김광석(33)씨는 “길 가다 술 취한 사람만 봐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겁이 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야간 알바를 하면 술 취한 손님이 봉투나 종이컵을 달라고 하거나, 매장에서 술을 먹게 해 달라고 한다”며 “술 취한 손님이 많을 때면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가끔은 술집에서 일하는지 편의점에서 일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했다.

편의점 알바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한 손님이 뜨거운 컵라면을 편의점 알바노동자에게 던진 사건이 알려졌다. 알바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조건은 노조의 근무환경 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노조가 지난달 9일부터 23일까지 알바노동자 3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7.9%가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9%는 한 번이라도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무려 9%가 성폭력·성희롱을 경험했다.

노동조건에도 문제가 있었다. 응답자의 61%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고, 43.9%는 임금이 최저임금을 밑돌았다. 편의점은 야간근무의 대명사다. 그럼에도 62.9%가 주간시급과 야간시급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바노동자들은 임금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이어 최저임금 위반(68.2%)과 주휴수당 미지급(57.9%), 야간·연장근무 추가수당 미지급(40.2%) 문제를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근로환경 차원에서는 진상손님과 점주의 폭력과 폭언(33.7%), CCTV를 통한 근무태도 감시(26.1%)를 지적했다.

박정훈 위원장은 “편의점 폭행과 폭언은 늘 있던 일”이라며 “국내 편의점 업체들은 지난해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알바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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