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노동자 10명 중 1명이 한국인 사업주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 이주노동자 상당수가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지혜 강릉원주대 교수(다문화학과)와 김정혜 고려대 연구교수(법학과)는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베트남(50명)·캄보디아(152명)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 20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중 169명(84.5%)은 농업비자인 비전문비자(E-9)를 취득했고, 4명(2%)은 결혼이민비자(F-6)를 취득했다. 거주 지역은 경기(44%)·대구(21.3%)·전남(11.4%) 순이었다.

응답자들은 농촌에서 농산물을 선별 또는 포장하거나 재배하는 일을 주로 했다.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었다. 응답자 12.4%는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이 중 64%는 한국인 고용주나 관리자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신체접촉(64.3%), 강제적 성관계(14.3%), 외설적 농담(14.3%), 접대 요구(7.1%) 순으로 높았다. 국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68.4%는 “한국말을 잘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52.6%는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지 몰랐다”고 답했다.

처우도 엉망이었다. 응답자 중 65.9%는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했다. 휴무일수가 월 2회 이내라는 노동자가 76.8%나 됐다. 4회 이상 쉰다고 답한 응답자는 22.5%에 그쳤다. 응답자 5.5%는 100만원도 못 받았다. 응답자 30.7%는 임금이 120만원 미만이었다. 52.5%는 130만원보다 적게 받았다. 노동시간을 감안하면 절반가량이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이다. 55.8%는 컨테이너박스나 비닐하우스 같은 가건물에서 지냈다.

정춘숙 의원은 “미국과 캐나다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고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성범죄에 노출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개선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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