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고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노동부는 1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노동시장 전략연구회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회는 4차 산업혁명이나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노동시장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부가 의뢰한 연구용역을 4월부터 이달까지 수행한 임시포럼이다. 8개월간 고용·노동·경제·산업·복지 분야 전문가 54명이 5개 분과별로 고용노동정책 발전을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정규직 위주 고용구조 붕괴”

연구회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정규직 위주 고용구조가 변하면서 노동유연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현재의 노동 관련 법·제도를 바뀐 환경에 맞게 변경하라고 주문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의 미래와 노동시장 전략’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기술발전과 생산조직 변화에 따라 일자리 성격도 정규직 위주 고용구조에서 프로젝트형 고용구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 정규직을 고용하는 것보다 외주·임시직을 고용할 때 거래비용이 더 낮아지는 방향으로 생산·거래 조직이 바뀐다. 이로 인해 임시직이나 파견직,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섞인 고용형태 비중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재택·원격 근무가 확산돼 노동시간과 여가시간의 구분이 모호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법적 규범에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허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노동시장에 유연하게 접근하는 데 한계를 보이는 근로기준법의 획일성과 경직성을 보완해야 한다”며 “근로계약법을 제정하거나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노무공급에 일반적인 룰을 설정하는 ‘노무공급에 관한 일반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득지원이냐 취업지원이냐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술발전과 노동시장 유연화로 고용불안과 이·전직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허재준 선임연구위원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할 때 기업에 금전적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이전 직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구직자가 임금이 낮은 직장에 취업할 경우 감소한 임금의 일부를 해고한 기업에서 일정 기간 부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소득지원 정책과 노동시장 정책 간 역할 분담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윤 교수는 “최저임금과 근로장려세제(EITC), 구직·훈련수당 같은 공적부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취업활동을 해야 일정한 생계를 보장한다는 것을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전일제 노동자 1인+시간제 노동자 1인+2자녀’로 이뤄진 가구에는 EITC와 공적부조를 지원하고, 주 20시간을 일하는 저임금 고령자에게는 기초연금과 EITC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윤 교수는 “최저임금 제도에 과부하가 걸리면 산업경쟁력이 훼손되고 수혜 대상이 다소득자 중산층가구로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직된 노동법 바꾸자” 고용불안 해소법은 ‘제자리’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EITC를 활용해 소득격차를 줄이는 방안은 주로 재계가 주장했던 내용이다. 기술발전으로 고용·노동제도 유연화가 불가피하다면 이를 보완하는 사회안전망이 필요한데, 노동부 연구용역 결과는 기존 방안이나 논쟁구도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기권 장관은 발표회에서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진단과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정책을 구체화해 나가고, 견해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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