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파견노동자가 메탄올에 중독돼 실명한 사건을 계기로 불법파견업체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도 고용노동부 현장감독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노동계는 직접생산공정에 파견직을 사용한 업체와 파견직 공급업체 현황을 확인한 뒤 300여곳을 고발했다. 그런데 노동부는 조사 후 80% 이상을 각하·무혐의 처분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인천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남동공단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119는 14일 오전 인천 남동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조업에서 불법적인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동부는 파견업체·사용업체를 철저히 감독하라"고 촉구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기거나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경우 최대 6개월까지 직접생산공정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일부 파견업체와 제조업체는 예외조항을 악용해 6개월마다 파견업체를 바꾸는 방법으로 파견노동자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인천본부는 지난해 10월 인천지역 제조업체 중 같은해 1월부터 10월 사이 파견직을 사용한 11개 사용업체와 해당 업체에 인력을 공급한 파견업체 325곳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에 고발했다. 인터넷 구직광고를 분석해 파견금지 업종인 제조업에 불법파견을 사용한 업체, 일시·간헐적인 사유 없이 상시적으로 파견직을 사용한 업체를 확인했다.

고발 1년이 지나고 불법파견업체들은 어떤 처분을 받았을까. 인천본부가 이달 6일을 기준으로 노동부 조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불법파견 사용업체 11곳 중 9곳이 벌금 등의 처벌을 받았다. 반면 파견업체 325곳 중 268곳(82.4%)는 각하·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벌금 처분을 받은 곳은 12곳(3.7%)에 그쳤다. 28곳이 수사 중이었고, 소재불명 파견업체(11곳)와 기소중지·유예된 업체(6곳)도 있었다.

인천본부 조사 결과 제조업체 A사는 불법파견 사용업체가 아니라고 노동부에서 각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상담전화와 제보 등을 통해 파견노동자 사용사실이 드러났다. 각하·무혐의 처분을 받은 업체 중 30%가량은 지난해 10월 인천본부가 고발기자회견을 한 뒤 폐업한 업체들이었다. 노동부는 지난해 5월에서 10월까지 신규로 등록한 파견업체 26곳은 조사도 하지 않고 각하 처분했다.

장안석 인천본부 조직사업부장은 "노동부는 고발기간 동안 파견법을 위반해 파견직을 사용한 사용업체를 적발하고도 이들 업체에 직접고용을 명령하지 않았다"며 "불법파견과 관련해 명확한 정보를 제출했는데도 56개 파견업체는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각하 처분했다"고 비판했다. 인천본부는 이날 인천지역 제조업 중 불법파견 사용업체 8곳을 추가로 노동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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